아침을 여는 詩 - 설 유감(有感)

2019.01.09 20:46:31

설 유감(有感)
                         최종진
                         충북시인협회
산까치 청량하게 까작대는 초 아침
새하얗게 피어나는
군둥서리에 눈이 시리다.

겹겹이 쌓인 먼지 떨어내다
얼핏 비친 대청마루 시렁 위에는
어머님 숨결이 묻어나는
명 잣던 북이며 바디가
인고의 세월을 말해 주고

등 떠밀려 살아 온
엊그제 같은 옛날 속에
천자문 동몽선습이 기름때에 절어 있다.



군불 지피던 사랑방 아궁이 옆엔
녹슬은 풍구가 앵도라져
아버님 기침소리를 내는 듯하다.
어린 자식 잠 설칠까
등잔불도 끄신 채로 쇠죽을 끓이시던
아버님.

고희의 몸임에도 조신하여
웃어른 찾아뵙고
하루종일 넉넉함으로 덕담을 앞세우셨는데
오늘 내 아이가
그때 내 나이가 되었건만
커진 것은 머리뿐 다순 가슴은 없어
'어수선한 세월은 모나고 둥글게 살라'는
채근담의 한 구절이 생각나
올 설은 참말로 춥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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