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자작나무 숲

2019.02.17 20:00:00

자작나무 숲
                         이상숙
                         충북시인협회

한여름 이르쿠츠크에 자작나무 숲엔
바이칼회의 냉기가 시퍼렇게 누워있다

하얀 기도로 길을 낸 빽빽한 숲에는
그림자를 지우는 아픔들이 밟힌다

가지들을 돌아 나오는 바람소리는
공간과 공간의 위로를 만들어
숲에 눈물을 닦아내고 있고
하얗게 두른 명주들은
삶과 죽음의 시간을 세척하고 있다
차마 의중을 물을 수 없었던
침묵을 걸쳐 입은 귀족들이
슬픈 전설로 다시 수의를 입는 곳
고요히 익어가는 그리움의 냄새

아름다운 것은 아픈 것일까
푸르게 솟아오르지 못한 의기들이
하얗게 배여 나와서
돌아서는 발걸음을 적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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