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발아

2019.03.25 21:00:00

    발아(發芽)   
                          강병길
                          사람과 시 동인

태풍도 밀려가는 열풍이 불며
올해는 가뭄이 길고 볕이 뜨겁다
흙은 거칠 때 환대를 미룬다
대접하지 않은 적 없으니 극진한 환대다

가지는 질겨지고
호박은 자라기보다 여무는 게 먼저다
어떤 생명이라도
씨가 먼저다

사막의 회전초도 그렇게 한다
몸의 가시로 기우의 축문을 쓰며
뿌리 내리기를
뿌리 내리기를

고향을 나오며 마음으로
뜨거운 씨 하나쯤 품지 않은 사람 있을까마는
사소함만 쌓였다가 아문 상처들
고주박처럼 발에 채여 허물어진다

나무를 잘라낸 언저리에 나무를 심듯
어렴풋이 느껴보는 발아라는 말
출향 때 품어왔던 심정을 꺼내
비바람에 흠뻑 틔워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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