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출범 뒤 엇갈린 구시가지 보호수 2그루의 '운명'

우회도로 노선 바뀔 정도로 대접받는 천연기념물 향나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270여년생 시 보호수 버드나무

2021.12.09 09:04:25

천연기념물 321호로 지정돼 있는 460여년생 향나무(조치원읍 봉산리 128-1)의 2021년 12월 8일 오후 모습.

ⓒ최준호기자
[충북일보]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게 되면서 '나무의 운명'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세종시에서 대표적 사례는 구시가지 중심인 조치원읍에 있는 460여년생 향나무(봉산리 128-1)와 270여년생 버드나무(서창리 42-109)다.

천연기념물 321호로 지정돼 있는 향나무는 지난 2010년 5월 9일 기자가 처음 찾았을 당시만 해도 지금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천연기념물 321호로 지정돼 있는 460여년생 향나무(조치원읍 봉산리 128-1)의 2010년 5월 9일 오후 모습.

ⓒ최준호기자
10여m 거리에서도 나무를 찾기가 어려웠다. 큰 버섯처럼 타원형으로 퍼진 수관(樹冠·나무의 가지와 잎이 달려 있는 부분)을 수십 개의 나무 기둥이 떠받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늘이 들지 않는 나무 아래는 매우 음침했고, 주변에 폐가(廢家)도 방치돼 있었다. 당시는 문화 유산에 대한 행정 당국이나 주민들의 관심이 낮은 충남 연기군 시절이었다.

하지만 2012년 7월 세종시가 출범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세종시 조치원읍 봉산리 향나무(천연기념물 321호) 옆에 있는 나무 안내판.

ⓒ최준호기자
시는 문화재청 도움을 받아 2016년 9월부터 향나무 정비 사업을 벌였다. 그 결과 현재는 '환골탈태(換骨奪胎)'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겉모습이 보기 좋아졌다.

특히 이 나무 한 그루로 인해 세종 신도시(행복도시)와 조치원읍을 연결하는 우회도로(길이 8㎞) 노선도 바뀔 예정이다.

천연기념물로서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는 셈이다.

세종시 조치원읍 서창리 270여년생 버드나무(세종시 보호수)의 2021년 12월 8일 오후 모습.

ⓒ최준호기자
반면 고려대 세종캠퍼스를 사이에 두고 이 나무와 2㎞쯤 떨어져 있는 버드나무(경부선 철도 서창건널목 옆)는 세종시 출범 이후 '위기의 운명'을 맞고 있다.

나무 옆에 서 있는 안내판에 따르면 충남 연기군 시절인 1972년 7월 연기군(현 세종시) 보호수로 지정될 당시 이 나무는 높이가 12m, 둘레가 40m나 됐을 정도로 우람했다.

세종시 조치원읍 서창리 270여년생 버드나무(세종시 보호수)의 2020년 4월 14일 오전 모습.

ⓒ최준호기자
하지만 약 50년이 지난 현재는 가지가 대부분 잘리는 등 볼품이 매우 없어졌다.

게다가 인근에 아파트단지 등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차량 통행량이 늘자, 세종시는 최근 나무 옆길(새내로·왕복 2차로)을 정비하면서 보도를 새로 만들었다.

세종시 조치원읍 서창리 270여년생 버드나무(세종시 보호수) 옆에 서 있는 안내판.

ⓒ최준호기자
이로 인해 이 나무는 보호시설도 없이, 끊어진 보도 사이에 생뚱맞게 서 있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나무 옆길은 당초의 국도1호선(전남 목포~평북 신의주)이다.

세종 / 최준호 기자

세종시 구시가지 중심인 조치원읍에 있는 460여년생 향나무(봉산리 128-1)와 270여년생 버드나무(서창리 42-109)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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