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박영규
충북시인협회 회원
저기 저 물속에서 떡방아소리 들린다.
명절이면 눈은 사립문 밖에 나가 있고
손은 문어발 되어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던
어머니가 그리운 이들이
저기 저 물속에서 ‘꼬끼오’소리 들린다.
새벽이면 온 동네가 떠나가라 목청껏 소리 지르고
마당을 누비다가 제사상에 얌전히 앉아있던
수탉을 알고
어머니의 반가운 이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되기를 마다 않던 씨암탉을 알던
저기 저 물속에서 된장찌개 냄새가 난다.
집집마다 피어오르는 저녁연기가
생생하게 보이는 이들이
아이들과 놀다가
애호박 풋고추 파 숭숭 썰어 넣고 대충 끓인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운
그들이 모여
여기 여 물가에 돌을 세우고 글씨를 새긴다.
‘법수동’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