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그리기
서승석
충북시인협회 이사
솔거는 홀로 벽에 노송을 그려
새들은 솔가지로 착각 이마에 피를 흘렸다지만
보라, 유전의 줄기 절벽에 오르고 펼쳐
생명의 혼을 그리는 명화
투혼의 클라이밍을
화가는 그림이 절망일 때
담쟁이는 땡볕에 비상의 붓 줄기로
종족의 이야기 실핏줄을 후대에 전하려
벽화 그리기에 몰입이다
보라, 손발 부르터 뿌리를 찾아 오르는 몸짓
그 끈기는 핏줄을 갈망하는 태초의 벽화
족보 그리기이다
저 길손 절망의 벽에 무엇을 잃어
비바람 돌담에 줄기차게 혈육을 그리는가
뒤돌아 벼랑, 손잡은 줄기와 잎의 군무를 보라
날개가 있어야 하늘에 오르는가
담쟁이는 무심한 무명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