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부가 현실적 의료 대책 제시해라

2024.08.19 19:28:02

[충북일보] 전국 40개 의대가 2학기 등록에 들어갔다. 하지만 복귀 의대생들이 거의 없다. 의료 및 의사 양성 체계가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고 있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도 실패다. 충북대학교병원의 경우 지원 전공의가 한 명도 없다. 56명 모집에 0명이었다. 도내 나머지 수련병원 상황도 다르지 않다. 1차 모집 때도 지원 전공의는 없었다. 의료 현장의 업무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응급실이 멈추는 사태가 빚어졌다. 충북대병원은 지난 14일 오후 2시부터 15일 오전 8시 30분까지 응급실 진료를 일시 중단했다. 충북의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중환자를 전담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충북대병원 응급실 진료중단은 개원이후 처음이다. 응급의학과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등 10명이 번갈아 당직을 서고 있다. 그런데 이날은 전문의 2명이 휴직과 병가를 내면서 기존 당직 체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한 지역의 중증 환자를 최종 진료하는 거점국립대병원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응급실은 중환자가 병원에 들어오는 첫 관문이다. 응급실이 멈추면 중환자 치료도 멈추게 된다. 응급실은 소아·산부인과 등 다른 필수의료와 마찬가지로 수가가 낮고 근무여건이 열악하다. 의사 충원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다. 필수의료에서 버텨 왔던 의사들이 고령화 등의 이유로 퇴직하고 있다. 그런데 충원은 되지 않고 있다. 특히 성인과 신체 특성이 다른 어린이를 수술할 의사들이 부족하다. 희소 질환 수술의 경우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필수의료 전공의수 차이가 갈수록 더욱 벌어지고 있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하반기 전공의 지원자 91명 중 19명(20.9%)만이 비수도권 수련병원에 지원했다. 그나마 필수의료 과목인 내과, 외과, 소청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지원자 현황을 보면 정말 심각하다. 비수도권 수련병원 지원자가 1명에 그치고 있다. 충청권역(충북·충남·대전·세종)에서는 내과, 외과, 소청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지원자가 전무했다. 전공의가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인턴 지원자도 수도권에 쏠려있다. 전체 인턴 지원자 13명 중 충청권역 지원자는 1명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역별·종별 전문 과목별 전문의수' 자료에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인구 10만 명당 필수의료 전공의사 수' 차이가 크다. 올해 2분기 기준 수도권의 '인구 10만 명당 필수의료 전공의사 수'는 47.1명이다. 2019년 2분기보다 6.2명 증가했다. 반면 비수도권의 '인구 10만 명당 필수의료 전공의사수'는 42.2명이다. 같은 기간 동안 3.1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두드러졌다.

대학병원을 비롯한 수련병원들은 수술과 진료를 대폭 줄였다. 환자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을 전전하고 있다. 진료를 축소한 대학병원들은 유례없는 경영난을 겪고 있다. 전공의는 물론 교수와 전임의들도 병원을 떠나고 있다. 이대로 두면 필수의료의 명맥이 끊길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6개월의 의료사태를 성찰해야 한다. 정책은 선의만 있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다. 정부는 필수의료 개선, 수련병원 정상화, 의대 교육의 질적 보장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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