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땅강아지와 도(道), 그리고정치인

2007.05.14 06:32:01

2002년 말 민주당의 노무현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민주당 안에서는 파가 갈리기 시작했다.

친노파 의원들이 “민주당은 발전적으로 해체,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백지상태에서 새 길을 가야 한다”며 ‘김대중 정권의 부패와 실정에 책임 있는 세력과 인사들,기회주의적 구태정치 행태를 보인 일부 동교동계 및 후단협 등 비노반노(非盧反盧) 의원은 빨리 물러나 자리를 비우라’고 촉구했다.

결국 이들 신당파들은 한 여성 의원이 민주당 구주류 측에 머리채를 잡히는 난투극까지 국민들에게 보여 준 뒤 민주당을 뛰쳐나가 열린우리당을 만들었다.

그 후 민주당은 분당 배후로 지목한 노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다 거센 역풍을 맞았고, 그 반대급부로 열린우리당은 제1당으로 찬란하게 등극했다.

열린우리당 인사들은 한 동안 이곳 저곳 장관을 맡는 등 잘 지냈고 잘 나갔었다. 그런데 점차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인기가 사그라지고, 지방선거나 모든 재ㆍ보선에서 한나라당에 참패를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자 이번에는 열린우리당 안에서 또 다시 파가 나뉘었다. 탈당파들은 열린우리당은 실패한 것이며, 따라서 탈당으로 기득권을 버리고 범여권의 대통합을 이뤄야 정권재창출이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노파들은 “창당정신을 잊고 당을 깨는 것은 지역주의에 의지하려는 ‘도로민주당’이 되는 것”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나 하나 둘씩 나가더니 23명이 한꺼번에 집단으로 탈당했다. 탈당 의원들은 처음에는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대통합의 밀알이 되겠다”며 탈당을 대의명분, 정치발전을 위한 자기희생으로 선전하기에 바빴다. 그러더니 얼마 전에는 ‘대통합을 위한 전 단계’라며 자기들끼리 또 하나의 당을 만들어서 정당보조금을 받아가고 있다.

이번에는 열린우리당에 남아있던 비노(非盧) 계열의 인사들이 노 대통령 및 친노파 의원들과 연일 독설을 주고 받으며 탈당의 명분을 쌓고 있다.

한편 열린우리당의 지도부는 서로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어서 분당했던 민주당에게 “통합을 논의 해 보자”며 러브콜을 보내는 등 여권의 여러 정파, 정당이 합종연횡을 모색중이다.

도대체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옳은 사람들이 있기나 한 것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장자(莊子)의 지북유(知北游)편에는 ‘도(道) 소재’에 관한 유명한 선문답이 나온다.
동곽자가 “도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묻자 장자는 “없는 곳이 없다”라고 대답한다.
“더 자세하게 말해 달라”는 요구에 장자는 “땅강아지나 개미에게도 있다”라고 말한다.

동곽자가 “어째서 그렇게 하찮은 미물 쪽으로 내려가는가?”라고 반문하자 장자는 “기장과 잡초에도 있다”라고 대답한다.
동곽자가 “어째서 더 내려가는가?”라고 하자 장자는 “기와나 벽돌에도 있다”고 말한다.
“어째서 더 심해지는가?”라는 동곽자에게 장자가 이번에는 “똥이나 오줌에도 있다”라고 대답한다.
기가 막힌 동곽자는 더 이상 응대하지 않았다.

논어(論語 ) 이인(里仁)편에 “군자(君子)는 유어의(喩於義)하고 소인(小人)은 유어리(喩於利)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군자는 모든 일을 의(義)에 입각해서 이해하고 소인은 사리사욕에 입각해서 이해한다는 말이다.

정치인이 소인이 아니고 정치가 사리사욕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릇 대의를 좇아야 할 것인데, 땅강아지에게도 있는 도(道)가 우리 정치인들에는 있는지 궁금하다.

박 종 천 /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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