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영업 방조하는 '솜방망이 처벌'

2010.07.27 22:17:44

노래연습장 문화가 급속도로 음란하고 퇴폐적으로 변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언제부턴가 노래연습장은 노래를 부르며 쉬는 장소가 아니라 '아가씨를 끼고 술을 마시는' 장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대부분의 노래연습장에서는 "도우미 돼요·"라는 한마디면 어김없이 여성 접대부를 부를 수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불법영업이지만 근절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단속에 걸리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밤 10시30분 청주상당경찰서 여성청소년계는 여성접대부 40여명을 고용, 노래연습장에 알선한 혐의로 보도방 업주 A(34)씨를 붙잡았다.

사실 노래연습장의 불법영업은 경찰관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수사다.

접대부와 손님이 입을 맞춰 '원래 알던 사이'라고 주장한다면 입건할 도리가 없다. 이를 막기 위한 증거수집은 녹록치 않았다. 접대부를 나르는 차량을 한 달 동안 따라다니며 차에서 내리는 여성들의 인상착의를 모두 정리해야 했다. 미행을 들키지 않으려고 두 개 팀이 상시 대기하며 상황에 따라 교대를 해야 했다.

이처럼 증거수집이 어려울뿐더러 어렵게 증거를 모아 입건시킨다고 해도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친다.

음악산업진흥에관한법률에 따르면 보도방 등을 통해 노래연습장에서 접대부를 알선·고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여성 접대부에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보도방 업주는 1천만원 정도의 벌금형에 끝나는 경우가 많다. 접대부는 30만원 수준의 벌금이 고작이다. 보도방 업주가 하루에 버는 돈은 40만~200만원, 접대부는 10만원 이상이다. 벌금형은 이들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못한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은 "고생한 만큼 보람은 없을 것"이라며 "계속 여청계에서 수사를 하는 한 A씨를 다시 노래연습장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범인을 잡는 경찰도 알고 있다. 노래연습장 불법영업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것을. 강력한 처벌규정의 마련으로 '솜방망이'가 '불방망이'로 바뀌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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