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포기하는 학교 - 도내 유예 학생 매년 증가

자퇴·퇴학 없어진 대신 유예 남발
지난해 205명·올해 95명… 학교생활부적응 가장 많아

2010.08.16 19:30:56

편집자 주

지난 2002년부터 중학교가 의무교육과정으로 편제되면서 중학교에서 자퇴나 퇴학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그러나 아직도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이 상당수다. 1년 동안 교육의무에서 면제되는 '유예' 제도 탓이다. 이에 본보는 '유예' 제도의 문제점을 4회에 걸쳐 집중 분석해본다.

14살 A(청주시 흥덕구 수곡동)군은 또래 친구들과 달리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학교에서 유예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A군은 지난해 학교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됐다. 담임에게 크게 혼난 A군은 그 뒤로 반항심이 커졌다. 친구들을 때리고 금품을 훔치는 등 크고 작은 사고를 일삼던 A군은 결국 부모와 학교의 판단으로 1년 간 학업을 중단했다. 사유는 '학교생활부적응'.

A군은 "이제부터는 내 마음대로 살겠다"며 "어제도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돈을 뺏어 PC방엘 갔다"고 말했다.

중학교가 의무교육과정으로 편제됐지만 여전히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학교생활부적응 학생들은 유예제도라는 미명아래 '문제아'라는 낙인을 받고 있다.

청주교육청에 따르면 청주지역 중학교의 유예학생은 지난 2008년 156명에서 2009년 205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1학기까지도 모두 97명이 학업을 중단했다.

이 중 '학교생활부적응' 사유가 13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해외유학이 136명으로 뒤를 이었다. 유예사유는 △학교생활부적응 △무단결석 3개월 이상 △해외 유학 △질병 △대안학교 입학 등이다.

문제는 학교생활부적응 유예처분이 너무 쉽게 결정되는데다 사실상 처벌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학교폭력이나 흡연 등을 일삼는 이른바 '문제아'에 대해 자퇴나 퇴학 처분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대체 처벌로 유예가 남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일선교사는 "문제 학생에 대한 유예처분이 남발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학교가 너무 쉽게 학생들을 포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유예 종료 후다. 한 번 문제아로 낙인찍힌 학생들은 복학 후에도 대부분 '경계대상 1호'로 전락하기 일쑤다. 해외유학의 경우 학업인정평가를 거쳐 원래 나이에 맞는 학년으로 복귀하지만 학교생활부적응자는 원래 다니던 학년으로 복귀해야 한다. 1년 꿇은 학생을 반가워할 교사와 친구들은 아무도 없다.

한 학부모는 "학교생활부적응 유예처분은 사실상 처벌이자 방종"이라며 "학교가 문제아를 버리기 위한 편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주지역 한 중학교 교감은 "학생 의사에 반해 강제로 유예시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 강현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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