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안과의사, 베트남 빈민들의 '빛'이 되다

송기영씨, 2007년 이어 20명 개안수술·안과진료
81세 할머니 "모든 세상 선명…기분 최고" 감격

2010.11.28 19:33:32

송기영 원장이 베트남 여성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충북의 한 젊은 안과의사가 베트남의 가난한 농민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충주 밝은의원 안과 송기영 원장(41)이다.

송 원장은 지난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지난 19~20일 베트남 북부 하이퐁(Haiphong)시 인근 지역 가난한 농민 20명에게 개안 수술및 안과진료 봉사를 했다. 이번 해외봉사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사무실을 둔 봉사단체인 '지구촌친구들(Global Friends·대표 이동식)'이 베트남 농민신문사(Rural Today Newspaper)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 봉사활동에는 송 원장 외에 최규택 지구촌친구들 대외협력팀장,최준호 충북일보 기자, 박천범 지원오퍼레이션(대전시 동구 용전동) 과장 등 지구촌친구들 회원 4명이 참가했다. 봉사단은 안과 진료 봉사를 하는 외에 LS전선 하이퐁지사의 협찬을 받아 베트남 학교에 컴퓨터와 장학금도 기증했다.

◇개안 수술=송 원장은 간호사를 자청한 박참범 과장과 함께 간단한 수술장비와 안과 관련 의약품 등 대형 트렁크 4개 분량의 짐을 챙겼다. 검사 장비 등 무게가 무겁거나 부피가 큰 장비는 하이퐁시 '키엔오우 병원'에서 빌리기로 했다. 지난 2007년 첫 의료봉사 당시 모든 장비를 한국에서 가져오다 보니 공항반출이나 현지 운반 등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송기영 원장이 '응위엔 티탐' 할머니를 진료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짐은 종전보다 조금 줄어든 반면 또 다른 난관이 도사리고 있었다. 병원의 각종 시설이 한국보다 열악한 데다,고장난 검사 장비를 고치는 데만 한 나절 가까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18일 저녁(한국보다 2시간 늦음) 베트남 농민신문사가 추천해 준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개안 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는 3명으로 압축됐다. 나머지는 안과 질환은 앓고 있으나,당장 수술이 어려워 일단 약품으로 치료해야 할 사람들이었다.

마침내 19일 오전 9시,베트남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송 원장이 수술을 시작했다. 환자는 각각 62세,70세,81세의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며느리,딸,아들 등 가족을 3~4명씩 동행했다. 이날 가장 큰 난관은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의사소통이었다. 한국 의료진은 영어는 상당 수준 구사가 가능한 반면 베트남어는 거의 하지 못했다. 반면 환자들은 베트남어 외에는 구사가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수술 전 과정에서 베트남어와 영어에 모두 능숙한 농민신문사 소속 여기자(팜힝히아)가,후반에는 한국어와 베트남어가 함께 가능한 LS전선 하이퐁지사 팜숸팟 총무팀장(65)이 잠깐 통역을 맡았다. 다음날 아침,송 원장은 환자들의 수술 상태를 점검했다. 그 결과 모든 환자는 상태가 좋아 안대를 푼 뒤 퇴원했다.

개안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낸 송기영 원장이 간호사 박천범씨(맨 왼쪽),81세의 '응위엔 티탐' 할머니 환자,환자 가족(맨 오른쪽)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환자 중 최고령자인 응위엔 티탐(81)할머니는 "수술하기 전에는 물체가 너무 흐릿하게 보여 불편했는 데,이제 세상의 모든 게 뚜렷하게 보여 기분이 좋다"며 즐거워했다. 그의 며느리는 송 원장에게 꽃다발을 안겨 주며 연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송 원장은 "당초 20명을 수술할 예정으로 왔는 데 3명밖에 하지 못해 다른 환자들에게 죄송하다"며 "내년 이후에도 매년 한 차례 이상 베트남을 방문해 진료 봉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7년 10월에는 베트남 중부 꽝응아이성 빈선현 빈호아면을 방문,이틀에 걸쳐 100여명을 진료하고 그 중 정도가 심한 17명에게는 개안수술을 해 줬다.

빈호아면은 2차 베트남전쟁(1960~75년) 당시 피해가 매우 컸던 지역으로,환자들은 전쟁에서 부모나 형제를 잃은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LS전선 하이퐁지사 팜숸팟 총무팀장(오른쪽)이 베트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에게 컴퓨터를 전달하고 있다.

◇컴퓨터 및 장학금 기증=송 원장이 수술을 하는 사이 '지구촌친구들' 최규택 팀장은 LS전선 팜숸팟 총무팀장과 함께 하이퐁 변두리의 농촌 마을 초등학교 두 곳(탐다·난호아)을 방문,컴퓨터 10대(학교 당 5대)를 기증했다. 마침 다음날이 베트남의 '스승의 날'이어서,방문단은 가는 곳마다 크게 환영을 받았다. 컴퓨터는 LS 하이퐁지사가 회사 부담으로 구입한 것이다. LS측은 컴퓨터 하드웨어 외에 120여만원을 들여 소프트웨어 정품 프로그램 10개까지 구입,각 학교에 직접 설치해 주는 배려도 했다.

최규택 팀장이 하이퐁 변두리 지역 3개 고교(원득갱·켄튜·두이흥)를 방문,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최 팀장은 이날 현지 교육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을 통해 "당초에는 한국에서 5대를 더 가져와 3개 학교에 총 15대를 기증하려 했으나 한국 사정이 여의치 않아 약속을 못 지켜 죄송하다"며 "나머지는 내년에 모두 소급해서 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군이 참전한 2차 베트남전에서 희생당한 분들께 속죄하는 마음에서 앞으로 위령제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팀장은 이날 오후에는 하이퐁 변두리 지역 3개 고교(윈득갱·켄튜·두이흥)를 방문,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장학금(미화 3천달러·약 346만원)을 총 30명의 학생에게 전달했다.
 
하이퐁(베트남)=최준호 기자 penismight@paran.com

송기영 원장은…

월남참전 아버지·장인 영향…끝없이 '사랑의 인술' 펼쳐

충주시 밝은의원 안과 송기영 원장은 스스로를 "베트남과 사람에 빠진 의사"라고 표현한다. 2007년 10월 처음 베트남 진료봉사를 온 뒤부터 '베트남광(狂)'이 됐다고 했다. 곱상한 외모에 실제 나이보다 대여섯 살 정도 어려 보이는 그는 이번 여행에서도 대부분의 베트남 음식을 남김 없이 먹어치워 베트남인들에게 '한류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는 소주도 거의 입에 대지 않던 그는 베트남인 의사들이 건네 주는 폭탄주도 여러 잔 비웠다.

"2007년 첫 방문 당시 수술을 하지 못한 환자가 수십 명이나 돼요. 그래서 매년 한 차례 이상 베트남 봉사를 오려고 했는 데…뜻대로 되지 않아 정말 죄송해요. "

혼자서 진료하는 바쁜 시간을 쪼개 베트남 방문을 하려고 했지만 2008년에는 우리나라의 금융위기 때문에,지난해에는 신종플루가 만연해 결국 여행을 포기했다고 한다.

부산 출신으로 한림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서울 강남성심병원 레지던트와 전문의 과정을 거쳐
2003년 내과전문의인 아내와 함께 '아무 연고가 없는' 충주에서 개업,현재에 이른다. 그가 베트남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아버지와 장인의 영향이 크다. 아버지 송장용씨(90년 작고)는 2차 베트남전이 거의 막바지에 달했던 74년 당시 후방지원 부대로 꽝응아이성 근처에 주둔하던 백마부대에서 내과 군의관으로 근무했다고 한다. 또 장인은 중령 계급장을 달고 전투요원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는 것이다.

그는 베트남 농민신문사 주관으로 한국을 방문한 라이따이한(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인 병사와 현지 베트남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들의 안과 진료 봉사도 했다.

송 원장은 "우리나라는 일본에 대해 위안부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면서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양민들을 학살한 사실이나,라이따이한이란 존재에 대해 애써 부정하려는 태도는 잘못"이라며 "그 동안 환자들을 열심히 진료해 주니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인인 나를 )용서해 주더라"고 했다. 그는 내년에는 자신의 병원에 전문의를 한 명 채용,베트남 봉사활동을 확대할 방침이다.

LS전선 하이퐁지사는…

베트남 최대규모 전선회사…꾸준히 사회공헌활동 전개

이번 베트남 봉사활동에서 한국어-베트남어 통역을 한 사람은 LS전선 하이퐁지사 팜숸팟 총무팀장이다. 금속공학을 전공한 과학교사 출신인 그는 지난 1967~73년 북한 김책공대 유학을 다녀온 엘리트이기도 하다.

96년 설립된 하이퐁공장(지사)은 현재 베트남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선 판매회사다. 전체 직원 500여명 중 한국인 직원은 4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베트남인이다.

부임 3년차인 김기수 하이퐁지사 영업팀장은 "우리 회사는 베트남에서 3번째 큰 도시(인구 300만명)인 하이퐁시에서 '하이퐁시멘트'에 이어 두 번째로 세금을 많이 내는 기업"이라고 자랑했다. 지난해 회사 영업이익 1천만달러(약 115억원) 중 30%인 300만달러(약 35억원)를 세금으로 냈다고 한다.

이 회사는 하이퐁 시내 기업 중 유일하게 지난 7월 'ISO 14001(국제표준화기구가 제정한 환경경영체제에 관한 국제표준인 'ISO 14000 시리즈' 중 하나)' 인증을 획득,하이퐁시로부터 베트남 화폐 기준 1천만동(약 58만원)을 격려금으로 받기도 했다.

LS전선 하이퐁지사는 그 동안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자나 농어촌 빈민,수재민 등을 대상으로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해 왔다. 회사의 지난해 사회공헌 활동비가 1만 달러(약 1천152만원)에 달한다는 게 김기수 팀장의 설명이다. 김 팀장은 "베트남 국민들 사이에는 한국인에 대해 '친한' 및 '반한' 감정이 공존하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기업을 배경으로 한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하니 반한 감정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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