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 토끼가 들려주는 고사성어

옥兎끼: 시선 이태백도 사실은 빌려다 쓴 표현
兎사구팽: 90년대 김재순 전 의장이 유행시켜
교兎삼굴: 처신에 능한 관료들을 빗대는 의미
수주대兎: '오지않는 토끼를 기다린다' 고지식

2011.01.03 19:20:32

편집자 주

토끼는 열두띠 동물 중 고사성어나 속담에 유난히 많이 등장하고 있다. 토끼의 트레이드 마크격인 나약함과 재빠름이 그 주된 이유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원문의 출처를 모르거나, 알더라도 부정확하게 아는 경우가 더러 있다. 2011년 신묘년을 맞아 토끼에 얽힌 표현들을 살펴본다.

토끼와 관련된 표현 중 비교적 사용 빈도수가 높은 것으로는 '옥토끼'(玉兎), '토사구팽'(兎死狗烹), '교토삼굴'(狡兎三屈), '수주대토'(守株待兎) 등이 있다.

적어도 지금의 40대 중반 이후는 어릴적 달에 옥토끼가 산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물론 그 동화가 산타처럼 사실이 아닌 것을 아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옥토끼'라는 표현은 시선 이태백의 시에서 유래했다. 이태백은 '파주문월'(把酒問月·술잔을 들어 달에게 묻는다)이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토끼는 일년 내내 불사약을 찧고(玉兎搗藥秋復春·옥토도약추부춘) / 항아는 외로이 머물며 누구와 이웃하여 사는가.'(姮娥孤棲與誰隣·항아고서여수린)

본문 중 '玉'은 어떤 곳에서는 '白', '姮娥'는 '女+常娥'로 표기되기도 한다. 항아는 중국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이다. 그녀는 신이 자신의 남편에게 내린 불사약을 훔쳐 먹었다가 발각됐다. 그러자 달로 도망가 숨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이태백의 '옥토끼' 표현은 사실은 진나라 부천이 지은 의천문의 일부를 차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천문에는 '달 속에는 뭐가 있나, 약방아 찧는 옥토끼'(月中何有 白兎搗藥)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은 사기의 회음후(淮陰侯) 열전에서 유래했다. 한신(韓信·?~BC196)은 유방이 한(漢)나라를 건국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한고조 유방은 나라가 안정기에 접어들자 한신의 직위를 왕에서 제후로 격하했다. 이때 한신이 한숨지으며 한 말이 '토사구팽'이나, 현존하는 문장은 원문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과연 사람들의 말과 같도다. 꾀 많은 토끼가 죽으면 날쌘 사냥개가 삶겨 죽고, 높이 나는 새가 다 잡히면 좋은 활이 벽장 속에 감춰지고, 적국이 격파되면 모신이 죽는다고 하였는데, 지금 천하가 이미 평정되었으니, 내가 삶겨 죽는 것도 원래 당연한 일이다. (果若人言 狡兎死 良狗亨 高鳥盡 良弓藏 敵國破 謀臣亡 天下已定 我固當亨)

90년대 사진으로, 왼쪽부터 윤길중, 김종필, 김재순, 김영삼, 김대중 등이다. 이중 김재순 씨 등 적어도 세 사람은 권력을 잡은 YS에 의해 토사구팽을 당하게 된다. 오른쪽 뒤로 당시 행동대장 역할을 한 최형우 씨 모습도 보이고 있다.

원문은 '교토사 양구팽'(狡兎死 良狗亨)이나 지금은 '토사구팽'(兎死狗烹)으로 축약돼 사용되고 있다. 이 표현은 지난 1993년 김재순 전국회의장이 김영삼 전대통령측에 의해 축재 혐의로 쫓겨나면서 인용한 말로 유명해졌다.
 
'교토삼굴'(狡兎三屈)은 처신에 매우 능한 관료을 주로 가리키는 표현으로, 전국책(戰國策) 제책(齊策)에서 유래했다.
 
원문은 역시 지금것과 약간 달라 '영리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파놓고서 죽음을 면할 방도를 강구할 뿐이다.(狡兎有三窟 僅得免其死耳)로 돼 있다.
 
수주대토(守株待兎)는 '그루터기를 지켜 토끼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표현이다. 한비자 '오두편'(五두篇)에 나오는 표현으로 원문은 다음과 같다.
 
'송(宋) 나라 사람이 밭을 갈다가, 밭 가운데 있는 나무그루에 토끼가 부딪쳐 목이 부러져 죽는 것을 보자, 밭갈던 쟁기를 버리고 나무 그루만 지키고 있으며, 다시 토끼를 얻기 바랬으나 토끼는 다시 얻지 못하고 마침내 나라 사람의 웃음거리가 되었다."(宋人有耕田者 田中有株 兎走觸珠 折頸而死 因釋其來而守株冀復得兎 兎不可不得 而身爲宋國笑)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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