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청주사람들 '가물치·육회' 즐겼다

권선영씨 고서 '반찬등속' 분석
북어, 몸통은 물론 머리까지 알뜰히 조리
음식 브랜드 개발 큰 도움 반환 타진해야

2011.05.24 20:28:01

'반찬등속' 앞표지와 뒷표지(福喜多男) 모습이다. 앞표지에는 '반찬하난 등속'이라고 씌여 있으나 권두서명은 '반찬등속'이다.

1백년전 청주지역의 음식문화가 복원됐다.

청주시가 삼겹살 등 지역 고유의 음식 브랜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1백년전 청주지역의 음식문화를 다룬 논문이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권선영(전시운영과) 씨가 얼마전 '반찬등속의 식재료 사용을 중심으로 본 1910년대 청주지역 식문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은 지난 2007년 국립민속박물관이 구입한 '반찬등속'이라는 고한글체 고서를 4년 동안 분석·논문화한 한 것으로, 지난해 하반기 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에 발표됐다. '반찬' 할 때의 '찬'은 아래아 모음이고, '등속'은 '따위' 정도로 풀이된다.


조사 결과, 32쪽 필사본인 반찬등속은 '계축년'(1913년)에 청주군 서강내일(西江內壹) 상신리(上新里·지금의 강서2동)의 한 집안에서 작성됐고, 당시의 음식종류, 식재료, 조리법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저자 이름이 씌여있지 않은 것으로 봐 정황상 시어머니가 시집온 며느리에게 집안의 음식전통을 가르쳐주려 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시어머니는 먼저 김치류, 짠지류, 과자류, 떡류, 음료류, 기타 등의 음식 종류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김치류는 무김치, 깍두기, 오이김치, 고추김치 등을, 짠지류는 무짠지, 고춧잎짠지, 배추짠지, 마늘짠지 등 10종류를 적어 놨다. 이때의 '짠지'는 짠 밑반찬을 뜻하고 있다.

이밖에 기타 음식류에는 참등나무순, 북어무침, 북어대강이, 가물치회, 오리고기, 육회, 전골지짐, 설탕넣은 고추장 등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표참조>

'반찬등속' 안에 '淸州西江內壹上新里' 표기가 보인다. 지금의 강서2동에 해당한다.

'북어대강이' 할 때의 '대강이'는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표현으로 '머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당시 아낙들은 북어를 몸통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알뜰하게 요리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반찬등속은 북어대강이 요리법에 대해 '북어대강이를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해 관솔불로 바짝 익혀 먹는다'라고 기록, 지금의 노가리 안주를 연상케 하고 있다.

바다 어물류 식재료로는 북어(건어), 조기, 새우(이상 염어), 문어, 홍합, 전복(이상 생어) 등이, 민물어로는 가물치가 언급돼 있다.

이와 관련, 1백년 전에 가물치회와 육회를 즐긴 점도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논문은 이에대해 △바닷물고기를 내륙으로 운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민물어류인 가물치회를 즐겼고 △또 강내 일대는 들(野)이 넓으면서 소를 많이 사육, 이 때문에 육회문화가 발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909년에 발생된 '한국충청북도일반'이라는 사료는 이와 관련해 '강서동 일대에서 소 1백마리를 사육한데 비해, 돼지는 17마리만 길렀다'고 적고 있다.

한편 반찬등속에는 '고추장을 맛나게 먹기 위해 설탕가루를 넣어 조려 먹어라'라는 글귀로 봐 이때 설탕 사용이 대중화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신선도 유지 문제 때문인지 '굴'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번 사료와 논문은 지역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것으로, 청주시 음식 브랜드 발굴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청주시는 연고권이 있는 만큼 고향으로의 반환 가능성 여부를 국립민속박물관에 타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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