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가 파고든 일상…입말이 사라져 간다

50대도 전화 통화 대신 휴대폰 문자…신세대 언어파괴 '생활화'

2011.05.25 19:52:24

한국인의 언어생활과 관련해 입말(口語)의 정겨움이 '기계글'로 불리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 점차 밀려나고 있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갈수록 고령층으로도 확대되면서 어문학자들 사이에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입말(口語)의 정겨움이 '기계글'로 불리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 점차 밀려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5일 충북대 등 청주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불과 5~6년 전만 해도 대학생이 스승인 교수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버릇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따라서 학생들은 교수 연구실을 직접 방문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거나 전달했다.

유·무선 전화도 종종 의사표현 방법으로 사용됐으나, 간단한 용무 이외의 대화는 자칫 무례나 불경으로 비춰졌다.

그러나 근래들어서 일반인 사이는 물론 대학생이 50대 초·중반의 교수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일상적인 모습이 돼 가고 있다.

기계글(휴대전화) 사용이 보편적인 언어생활이 되다 보니 50대 교수가 제자들에게 먼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현상까지 쉽게 목격되고 있다.

이처럼 기계글이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연령층으로 확대된 것은 △휴대전화 감촉문화 △이른바 '1:0문화' 확산 △저비용성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때의 '1'은 본인, '0'은 상대방을 의미하고 있다.

한국교원대 성낙수(국어교육과) 교수는 "요즘 신세대들은 휴대전화기를 촉감적으로 느끼지 않으면 불안해 할 정도로 엄지를 매개로 휴대전화에 일체화돼 있다"며 "그 과정에서 주변 지인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자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 문화'의 확산에 대해서는 "잘 살펴보면 전화는 반드시 상대방이 등장해야만 대화 자체가 성립한다"며 "그러나 문자 메시지는 상대방의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내용을 보내고 또 사후 인증이 남는 편리·기록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입말의 정감성이 사라지면서 어문생활, 나아가 사회 자체가 메마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충북대 조항범(국어국문과) 교수는 "전화대화를 할 때 그 입말 안에는 따스함서 분노까지 다양한 감성도 함께 전달된다"며 "그러나 기계에서 나오는 글말은 감성을 충분히 전달하거나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말로 할 것은 말로 하는 것이 언어생활의 순리이자 정도"라며 "이것까지 문자로 바꿔 소통하려 하면 어문 생활은 물론 사회 자체가 건조하거나 삭막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조사를 한 결과, 요즘 신세대들은 20어절에 한번 꼴로 비속어, 은어 등이 들어가는 문자 메시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발음표기, 음운변형, 축약, 종결형 방식 등의 글말 표현을 사용하면서 국어파괴 현상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발음표기는 '마니'·'열시미'·'욱겨', 음운변경은 '어떠케'·'언넝'·'조콧다', 축약은 '쌤'(선생님)·'홧팅', 종결형 방식은 '-삼'·'-잉' 등의 사례가 조사됐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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