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소설 '디구셩미래몽' 저자는 신채호"

김주현 교수 "작품형식·문체 생전의 단재 스타일"
충북에 귀중한 사료, 단재 연구 외연도 확대

2011.05.30 01:12:45

계몽소설 '디구셩미래몽'이 처음 게재된 1909년 7월 15일자 3면 모습이다. 지면 가운데 부분에 소설 제목 '디구셩미래몽'이 보인다.

1909년 대한매일신보 한글판에 무서명으로 연재된 계몽소설 '디구셩미래몽'(地球星未來夢)이 단재 신채호(申采浩·1880~1936)의 작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단재에 대한 연고권이 가장 강한 충북은 또 하나의 귀중한 사료를 얻은 셈이 되고 있다.

단재 연구의 권위자인 경북대 김주현 교수는 28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38회 한국현대소설학회 학술대회에서 '디구셩미래몽의 저자와 그 의미'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 저자가 단재 신채호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로 △작품 속 화자인 '우세자'가 자신을 소개한 내용 △'우세자'의 세계관 △작품의 형식과 문체 등을 꼽았다. <그림 참조>

작품 속 화자인 우세자는 자신을 '월보와 잡지를 발간했고 또 독서가 직업인 인물'로 소개했다. 이와 관련, 단재는 기호흥학회, 대한협회호보, 가정잡지 등을 통해 계몽운동을 펼쳤고 책 읽기를 좋아해 독서와 관련해 수많은 일화를 남긴 바 있다.

이밖에 소설 속의 저자는 '우리 신성하신 단군의 자손의 지옥이 목전에 있도다' 또는 '우세자는 단군 이후 사천여년 시대 사람이라' 등 단군을 내세우고 있다. 이것 역시 민족주체 의식을 유난히 강조한 단재사상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디구셩미래몽'에는 4·4조 가사가 두 편 삽입돼 있다. 생전의 단재 역시 4·4조 가사에 능했고, 주장을 압축적으로 드러내고자 논설에 가사를 삽입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또 계몽소설 속의 저자는 애급(이집트), 인도, 파란(폴란드), 월남을 망국 민족의 예로 들고 있다. 이와 관련, 단재는 '대한의 희망'이라는 작품에서 폴란드, 이집트, 월남, 필리핀을 망국의 참상이 나타난 나라로 소개한 바 있다.

김 교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단재 연구에 대한 외연 확대는 물론 연고권을 갖고 있는 충북은 또 하나의 귀중한 사료를 얻은 셈이 되고 있다.

한편 단재문화재단은 1일 서울에서 '왜 이 시대에도 단재인가' 등을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가질 예정이다.

/ 조혁연 대기자

'디구셩미래몽'은

1909년 7월15일부터 8월10일까지 총 19회에 걸쳐 대한매일신보 한글판에 연재된 계몽소설로, 저자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에따라 박은식, 신채호, 최익, 장달선, 황희선 등 당시 대한매일신보 필진 가운데 한 사람이 저자로 추정돼 왔으나, 확인된 것은 없었다.

제목 '디구셩미래몽'(地球星未來夢)는 '지구별에 아직 꿈이 오지 않았다' 정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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