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나라한 언론 보도, 자살 부추겨

충북대 유성은 교수 "예방정책 확대를"

2011.05.31 19:59:12

충북대 유성은 교수

자살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자살과 관련된 최근의 언론보도 태도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관련 내용을 너무 상세히 보도, 되레 자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31일 충북대 심리학과 유성은(임상심리학 전공·사진) 교수는 자살과 관련된 최근 언론보도의 문제점으로 △단정적인 보도 △너무 상세한 보도 △과도한 보도횟수 등 3가지 정도를 꼽았다.

그는 단정적인 보도에 대해 "자살을 행동으로 옮기는데는 매우 복잡한 것들이 관여한다"며 "이런 것들을 외면하고 상황 위주의 표피적인 보도를 하면 자칫 추측 보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교수는 "미국의 경우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사진을 게재하지 않고, 또 사실만 단순하게 보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자살 방법을 너무 상세히 보도하는 것은 자칫 자살 아이디어를 공개적으로 알려주는 것과 같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유형의 대표적인 사례로 이른바 승용차안 연탄 자살을 꼽았다.

그는 "관련 내용이 상세히 보도된 이후 연탄 자살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며 "최근 보도된 이른바 십자가 자살, 이어폰 자살도 분명 너무 상세하면서 구체적으로 보도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과도한 보도횟수도 모방 자살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유교수를 밝혔다. 그는 이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05년의 여배우 이은주(당시 25세) 자살을 꼽았다.

그는 "모방자살은 성별 또는 또래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실제 여배우 이은주가 자살한 후 2~3개월 사이에 또래 자살이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래에서 모방자살이 더 많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같은 또래이지만 내가 더 어려운데'라는 마음을 갖게 하는 비교심리를 꼽았다.

한편 자살에 대한 언론보도가 연예인 등 특정 계층·분야에 쏠리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유교수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자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계층은 노년층"이라며 "언론이 이들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유명 연예인 등만 집중 보도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는 별개로 "정부는 사회 안전망 차원에서 서울 지하철의 스크린 도어와 같은 자살 접근성 차단정책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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