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구이 '청주가 원조'

연구문- 토박이 증언비교
청주 60년대 처음 등장, 서울은 70년대
삽겹살, 문법적으로는 '세겹살'이 옳아
조선초기 충청도에서 수퇘지 공물바쳐

2011.07.25 20:21:12

☞편집자주

청주시는 얼마전 서문시장 일대를 삼겹살 골목으로 특화·발전시키겠다고 밝표했다. 시는 그 명분으로 '많은 사람들이 청주를 삼겹살 구이 문화의 원조라고 지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추정일 뿐 학문적으로 최종 고증된 것은 아니다. 음식관련 연구문 등을 통해 '청주=삼겹살 구이 원조' 여부를 살펴본다.

청주 삼겹살 구이문화는 서울보다 최소 10여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 그중에도 구이문화에 관련된 논문으로는 이규진(이화여대 대학원·2010)의 '근대 이후 100년간 한국 육류구이 문화의 변화'가 거의 유일하다.

그는 중앙지 기사 내용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한국의 근·현대 구이문화를 추적했다. 중앙지를 대상으로 한 만큼 조사 지역은 '서울'로 한정됐다.

그 결과, 중앙 각 일간지에 '삼겹살'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당시는 삼겹살을 구이가 아닌, 편육과 조림용 돈육으로 소개했다.

중앙일보 1971년 12월 9일자는 '제육 삼겹살 편육'이라고, 또 1976년 1월 28일자 매일경제도 '삼겹살을 이용한 편육 요리'라는 내용을 소개했다. 동아일보는 편육이 아닌, 조림용(1972년 9월 12일자)으로 소개했다.

구이용 삼겹살에 대한 기사가 중앙 일간지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후반이있다. 그러나 비수기가 언급되는 등 삼겹살이 처음부터 정착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축우로 유명하던 우리나라는 고기구이 요리가 발달했다지마는 돼지고기 구이만은 발전을 못한 것 같다.(…) 그간 우후죽순처럼 주점가에 늘어가던 삼겹살집에도 여름이 시작되면서 사람의 발길이 눈에 띄게 뜸해졌다'-<동아일보 1979년 8월 25일자>

이때부터는 서울에서의 삼겹살 굽는 모습은 청주의 초기와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서울에서의 삼겹살 구이 대중화 현상은 바로 이때 나타났다.

'연탄화덕 위에다 은박지를 깐 두꺼운 쇠판을 얹어놓았고 (…) 쇠판이 어느 정도 달구어졌는지 소녀는 돼지 삼겹살을 쇠판 위에 올려놓았다. 기름이 지글지글 탁탁 소리를 내며 탔다'-<경향신문 소설 1980년 11월 4~5일자>

삼겹살 구이문화가 언제부터 청주지역에 나타났고, 대중화됐는지는 문헌으로 잘 관찰되지 않는다. 따라서 임병무 씨 등 지금의 60~70이후의 청주 토박이 증언이 '사료'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증언에 따르면 청주에서 삼겹살집의 효시는 지난 1960년대 청주약국 옆에 있던 '만수집' '딸네집'이었다. 그 후 삼겹살 구이는 청주 전역으로 퍼졌고, 이중 구 고속터미널 옆에 있던 '고속주점'이 가장 유명했다는 증언이 존재하고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청주의 삼겹살 구이문화는 서울보다 최소 10년 정도 빨랐고 △초기 굽는 방법은 여러 화력 중 연탄화덕이었으며 △따라서 '청주=삼겹살 구이 원조'로 봐도 큰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삼겹살의 어원에서도 재미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한 겹, 두 겹, 세겹이라는 표현에서 보듯 삽결살은 문법상 '세겹살'로 부르는 것이 맞다. 이것이 왜 '삼겹살'로 불려지게 됐는지는 어문학자들 간에도 이론이 존재하고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세종실록지리지를 인용, '조선시대 때 청주에서 돼지고기를 공물로 진상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과는 약간 다르다.

당시 공물로 바친 것은 '수퇘지'(雄猪)와 '말린 돼지고기'(乾猪)이고, 그 지역도 '청주목'이 아닌, '충청도'로 넓게 기술돼 있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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