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마시는 송년회는 가라…직원들 '방긋'

영화관람·봉사활동으로 대체…"억지 음주보다 낫다"
요식업계는 '울상'¨식당 예약·매출 30% 이상 줄어

2011.12.14 19:39:22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은 유난히 짧았다. 연말 송년회와 각종 사모임을 찾아 다니다보면 어느덧 두둑해지는 뱃살로 다음해를 맞곤 했다.

하지만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불편한(?) 송년회가 사라지고 있다. 행정기관과 기업들이 술잔을 돌리는 것이 아닌 문화생활을 즐기고 봉사활동을 하며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불황으로 송년회를 생략하거나 간략하게 하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연말을 맞아 대목을 누리려던 음식업계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고 하소연한다.

◇달라진 송년문화… 술자리 대신 문화생활과 봉사활동

한 기업은 '따뜻한 이색 송년회'를 모토로 어린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눠주고 있다.

농어촌공사 충북본부에 다니고 있는 임모(35·여)씨는 다가올 송년회가 기다려진다. 억지로 술을 마실 필요도 없고 술잔이 오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회사 이야기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 충북본부의 송년회는 '영화관람'이다. 각 팀별로 일정을 정해 원하는 영화를 보며 문화생활을 즐긴다는 계획이다.

임씨는 "의미 없이 술잔을 돌리며 억지로 술을 마시는 것보다 직원들과 사적인 얘기를 주고받으며 친목도모를 할 수 있는 문화생활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으로 송년모임을 한 지자체도 있다. 청주시 흥덕구 강서1동주민센터 직원들은 지난 3일 월급의 일부를 모아 창조어린이집에 화장지, 세제, 주방잡화 등을 전달하는 것으로 송년회를 대신했다.

이 외에도 볼링, 당구 등의 스포츠게임과 등산, 낚시 등의 사적인 송년모임도 늘고 있다.

◇식당 예약률 뚝… '내가 쏜다' 드문드문

술자리 문화가 사라지는 송년모임을 요식업계는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연말 대목을 누리던 이들 입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곧 매출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상당구 금천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50)씨는 장부에 빼곡히 적혀있어야 할 예약란만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김씨는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연말만 기다리고 있는데, 이건 뭐 평상시나 연말이나 달라질 게 없을 정도"라며 "모임을 해도 종전에는 술이건 고기건 일단 푸짐하게 시켰지만 요즘은 먹을 만큼만 시키고 다 떨어지면 헤어지는 분위기다"고 했다.

실제로 청주지역 대부분 기업은 올해 송년모임을 간단하게 하거나 생략하고 있다. 회사사정이 어려워 직원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거하게 지갑을 여는 사장들도 점차 줄고 있다.

한국음식업 청주시 흥덕지부 관계자는 "대부분 식당 예약률이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줄었다"며 "주류업을 하는 사람들도 30% 이상 매출감소를 겪으면서 힘들어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 김경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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