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결혼이주여성들의 겨울나기 "한국겨울, 무서워요"

더운 나라서 온탓 온도 적응 어려워…80만원 기름값 폭탄 맞기도
마음 고생까지 겹쳐 두배 눈물…가족과 주변의 관심 큰 도움

2011.12.21 19:56:31

베트남 결혼이주여성들.

김유미(29)씨, 단홍행(35), 라미하(43). 이들에게 겨울은 너무나 무서운 계절이다.

ⓒ김경아기자
21일 청주지역 아침 최저기온 영하 0.7도, 낮 최고기온 영상 1.6도. 한낮에도 쌀쌀했다.

22일은 더 추워진다. 아침 최저기온 청주·충주 영하 5도, 충주 영하 6도 등 영하 8도~영하 4도, 낮 최고기온은 청주·충주·추풍령 영하 2도 등 영하 3도~영하 2도의 분포를 보이겠다고 청주기상대는 예보했다. 매서운 강추위가 또 시작된다는 소리다.

사계절을 겪어온 한국 사람들도 버티기 힘들 정도의 추운 겨울날씨가 귀신보다 더 무섭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겨울'이라는 계절을 처음 겪어본, 일년 내내 더운 나라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이다.

지난해 7월 처음 한국땅을 밟은 단홍행(35·청주시 상당구 우암동)은 연평균 기온이 23.9도~29도인 베트남 동나이가 고향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몇 개월 뒤 찾아온 겨울이 너무나 무서웠다는 그녀는 실내에서도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추위에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자꾸만 보일러에 손을 대는 버릇이 생겼다. 덕분에(?) 이번 달 기름값만 80만원이 나왔다.

"내복 입고, 양말 2개 신고, 겉옷 입어도 너무 추워요. 바닥만 따뜻하고 윗공기는 추워요. 시어머니한테 많이 혼났어요. 기름값 아끼래요. 겨울 무서워요"

장보는 것도 귀찮을 정도다.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손에 스치는 겨울바람이 끔찍하다고 말하는 그녀. 겨울의 유일한 식량은 냉장고에 있는 반찬이라는 농담까지 건넨다.

고향이 같은 김유미(29·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본이름 두옹티녹투이)씨는 여러 겹 입어야 하는 겨울옷 때문에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빨래 많이 해야 돼서 힘들어요. 내복 2개, 양말 2개는 기본이에요. 25년 된 오래된 집에 자꾸만 찬바람이 들어오거든요"

2003년 한국에 들어온 김씨는 외로웠다. 먹는 것도 입에 맞지 않고 친구도 없었다. 사정이 좋지 않은 남편은 신혼 때 겨울옷 한 번 사주지 못했다. 베트남에서 입던 얇은 옷을 껴입어 추위를 달랬다. 마음도 썰렁한데 추운 날씨까지 너무나 힘들었다는 그녀는 옛날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눈시울을 붉힌다.

반면 이제는 겨울이 덥다(?)고 말하는 라미하(43·청주시 흥덕구 봉명동)는 한국 국적을 제일 먼저 딴 선배답게 느긋한 모습이다.

다음 주에는 눈썰매장으로 가족여행도 간다. 눈이 내리는 날은 카메라를 들고 여유롭게 사진을 찍는다. 그녀는 "한국의 겨울이 제일 아름답다"고 극찬했다.

겨울이 두려운 이주여성들에게는 '시간이 약'이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더불어 사랑하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도 큰 힘이 된다고 라미하는 강조했다.

/ 김경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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