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이 화살을 선물하다, 충청감사 김세적

2011.12.25 17:13:06

조혁연 대기자

국어사전은 '총애'(寵愛)를 '남달리 귀여워하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적고 있다. 총애 중 임금이 특별히 총애하는 것을 '은권'(恩眷)이라고 부른다.

'사신이 논평하기를, "김세적이 비록 무재는 뛰어나다 하더라도 기간(器幹)이 없고 또 조행(操行)이 없었다. 그러나 은권이 매우 높아서 영광이 그 어버이에게 미쳤다" 하였다.'-<성종실록>

기간과 조행 역시 지금의 거의 사용하지 않는 조선시대식 표현이다. 전자는 재기와 도량을, 후자는 몸가짐 즉 품행을 일컫고 있다. 이밖에 은권과 비슷한 표현으로 '권우'(眷遇)라는 단어도 조선시대에 유통됐다. 두 단어는 큰 차이는 없지만, '권우'에는 행동의 의미가 보다 강조된다.

'사신이 논평하기를, "임금이 김세적이 장재(將才)가 있다 하여 가려서 승지에 발탁시키고 배우지 못했다 하여 학문을 배우게 하였고, 이제 또 은혜가 그 부모에게 미치기를 이와 같이 하였으니, 그 권우가 지극하였다.'-<〃>

인용문에 김세적(金世勣·?∼1490)이라는 인물이 공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은권', '권우'라는 표현이 잇따라 등장한 것으로 봐 성종 임금이 김세적을 무척 총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관은 그런 모습에 무척 질투를 느꼈는지 '무재, 장재는 있으나 몸가짐은 별로'라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관의 불평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김세적은 본래 무과 출신이었다. '모화관에 거둥하여 무과를 시험보이고, 김세적 등 28인을 뽑았다.'-<〃>

실록은 과거 급제자가 여러 명 있을 경우 'OOO 등 O명'이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이때 'OOO'가 장원 급제자에 해당한다.

실제 과거 합격자 명단을 적은 방목(榜目)을 보면 김세적은 28명 합격자 중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난다. 성종은 이런 김세적을 문신으로 등용시키기 위해 많은 양의 책을 하사하고 강권하다시피 공부를 시켰다.

어느 시대든지 임금이 특별히 예뻐하는 신하는 늘 존재했다. 세조가 혁명 동지였던 한명회를 총애한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된다. 그러나 책을 하사하고 친동생 공부시키듯 한 것은 김세적이 거의 유일하다.

'김세적에게 전교하기를, "이 기(記)는 그대가 반드시 알지 못할 것이니, 그대는 마땅히 배우도록 하라. 내가 장차 기(記) 가운데 있는 말을 지적하여서 묻겠다" 하였다.'-<〃> 인용문에 등장하는 '기'(記)는 대루원기(待漏院記)라는 책을 의미하고 있다.

성종이 김세적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흠뻑 들었는지는 확인이 잘 안 된다. 다만 김세적은 빼어난 사수였다. 실록에 그의 활솜씨를 칭찬하는 글이 다수 등장한다. '선전관 김세적이 열 번 쏘아 열 번 맞혀서 마침내 날짐승 세 마리를 잡고 화살이 다하였는데, 임금이 가상히 여겨서 곧 어시(御矢)를 취하여 주었다.-<〃>

김세적은 성종이 하사한 책으로 공부를 하면서 문신으로 변모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본래 적성(積城), 즉 지금의 경기도 파주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우리고장과도 큰 인연을 맺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무신인 충청도 수군절도사로 부임했다. 이후에는 문신인 충청도관찰사가 돼 우리 고장을 또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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