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크리스마스

상가·노점상 울상…오후 9시 전 문 닫는 곳 많아

2011.12.25 19:27:00

24일 청주 성안길은 연인들과 어린 학생들로 북적였지만 단란한 가족들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거리에는 사람이 넘쳐났지만 인근 상가와 길거리노점상은 텅텅 비었다.

ⓒ김경아기자
추운 날씨 속 장기간의 경기 침체로 청주지역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실종된 모습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캐럴이 곳곳에서 울려 퍼져 나오고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이 거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식당가도 붐비고 아이들의 양손에는 선물 보따리가 한가득이었지만 올해 이런 모습은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24일 청주 성안길은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외출한 시민들로 붐볐지만 대부분이 배회하는 젊은층의 사람들이었다. 혈기 넘치는 10대 학생들은 무리지어 '프리허그'(Free Hug)를 하고 있었고 연인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단란한 가족들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가끔 보이는 어린자녀들과 함께 나온 부모들은 추운 날씨 탓인지 집에 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밥 먹기도 힘들었던 식당들은 대부분 텅텅 비어있었다. 크리스마스에는 예약하지 않으면 밥도 먹지 못한다는 말은 옛말이 된 것처럼 대부분 일반 음식점 안은 점원들만 덩그러니 있었다.

바깥 온도처럼 꽁꽁 얼어붙은 경기와 지난해에 비해 더 추워진 날씨로 상가, 노점상 주인들은 이른 시간에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 여성의류상가 직원 박모(여·28)씨는 멍하니 바깥 풍경만 바라보고 있었다. "몇년째 크리스마스를 맞아 선물을 사는 사람들도 없다"며 쓸쓸히 매장정리를 하고 있었다.

오후 8시30분이 되기도 전 노점상을 정리하던 노모(38)씨는 "사람만 많았지 날씨가 너무 추워 손에 음식을 들고 다니면서 먹는 사람들이 적어 실속이 없다"며 "크리스마스에 새벽까지 장사하는 풍경은 이젠 좀처럼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갑이 얼어붙은 직장인들도 조카의 장난감을 사주는 것이 버거울 정도다. 직장인 이모(30)씨는 "이번엔 보너스도 없어 조카에게 장난감을 사주지 못해 2만원의 용돈만 줬다"며 "요즘 장난감 가격이 비싸 마음 놓고 사주기가 겁이 난다"고 말했다.

트리장식을 배제하고 저렴한 크리스마스 음식을 직접 만들어먹는 가정도 늘어났다. 인터넷블로그에서 레시피를 공유해 남은 반찬과 저렴한 식재료로 피자와 샐러드를 만들어먹었다는 주부 오모(27·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외식을 했지만 요즘은 사정이 좋지 않아 직접 음식을 만들게 됐다"며 "트리장식도 몇 년전부터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 김경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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