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역~서울역' KTX 시승기 - 타러 가다 지치는 교통환경

청주시내서 오송역까지만 40분
배차시간 1시간대 접근성 떨어져
시외·고속버스가 오히려 경쟁력

2012.01.10 20:10:41

오송역에 정차하는 경부선 KTX 고속철은 하루 27~30회. 수천명의 승객을 서울과 부산 등지로 태워 나른다. 이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없을까. 청주시내에서 오송역을 거쳐 서울역까지 본보 취재진이 직접 가보기로 했다.

지난 4일 오전 9시10분. 오송역행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청주 성안길 지하상가 버스승강장에 섰다. 주변 여러 승강장 중 오송역행 버스(511, 511-1, 517, 517-1)가 정차하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중앙동 차 없는 거리 입구 승강장은 그냥 지나쳤다. 한 승강장을 더 지난 신한은행 앞에 정차했다. 오송역행 시내버스 정차 승강장을 찾는 데만 수십분이 걸렸다.

511번(정하~조치원역) 시내버스가 오전 9시39분에 도착한다는 문구가 버스정보 안내기에 떴다. 오송역행 버스를 기다리던 장모(65)씨는 "버스정보안내기를 조작할 줄 몰라 무작정 30분 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취재진 확인 결과, 511번 버스는 20~40분 간격으로 왔다.

출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승객은 많았다. 청주시내 여러 승강장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 청주에는 오송역 직행버스가 운행되지 않고 있다.

시외로 가는 탓에 일반 요금(성인 1천150원)보다 비싼 2천원을 냈다. 버스는 2~5분 간격으로 승강장에 멈췄다. 정확히 40분 만에 오송역에 도착했다. 오송역~서울역 KTX 소요시간과 같았다.

오송역에서 하차한 한 KTX 이용객이 20분 넘게 청주시내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던 중 520번 버스를 탔다. 승강장에는 버스 배차시간이 적혀 있지 않아 시간을 모르는 이용객들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김경아기자
버스는 오송역 입구까지 진입했다. 인도에 꽂힌 파란 표지판이 승강장임을 알렸다. 오송읍사무소 관계자는 "이용객들의 별다른 민원이 없는 한 승강장 구조물 설치계획은 없다"고 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난장판이 펼쳐졌다. 질주하는 차량 사이로 시민들이 뛰거나 걸으면서 무단횡단을 했다. 횡단보도가 있었지만,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았다.

역사 안으로 들어갔다. 2층 매표소에서 서울행 KTX표를 끊었다. 오전 10시24분 열차를 눈앞에서 보냈다. 취재진이 타고 온 시내버스에서 이 열차에 탑승하려면 죽기 살기로 뛰어야 했다.

다음 열차는 오전 11시43분. 배차 간격은 1시간19분이나 됐다. 요금도 비쌌다. 역방향 좌석 5% 할인(900원)을 받아 1만6천300원을 냈다. 금·토·일요일과 공휴일은 1만8천500원. 지난해 11월1일부터 3.3% 올랐다고 역무원이 설명했다. 청주~남서울 시외버스 요금(7천400원)보다 배 이상 비쌌다.

좌석은 꽉 찼다. 이날 서울에서 동창모임을 한다는 배모(48·여)씨는 "KTX 요금이 이렇게 비싼지 몰랐다"며 "KTX로 통근하면 한 달 교통비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과자, 음료 등 간식거리를 실은 카트가 지나갔다. 가격은 시중가와 비슷했다. 도시락은 KTX-Ⅱ(산천)에서만 판다고 했다. 1개 가격은 5천500원~1만원.

낮 12시23분 서울역에 도착했다. 정확히 40분이 걸렸다. 승용차와 시외버스보단 1시간가량 빨랐다. 승차감 역시 좋았다.

KTX와 시외·고속버스 비교(청주시내~서울)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 일단 접근성이다. 청주 가경동 시외·고속버스터미널에 비해 너무 멀었다. 시내 지하상가에서 버스를 타보니 20여분 만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배차 간격도 시외·고속버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졌다. 동서울행, 남서울행 시외버스는 대부분 20분 간격으로 출발했다.

시민 박종석(38)씨는 "서울까지 1시간이 단축되는 KTX가 있으면 뭐하느냐"며 "접근성, 배차간격을 모두 고려하면 차라리 시외버스를 타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 임장규·김경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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