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충북 옛고개 가치는

경북과 상생하되 '지명주권'은 지켜내야
단양~영동 사이 24개 존재 역사·민속 보고
환상형 올레길·통신사 루트 등 자원화 절실
'새재자전거길' 등 왜곡 표기는 바로 잡아야

2012.02.05 19:50:36

대동여지도(1864)를 바탕으로 할 경우 충북 백두대간에는 단양 영춘면의 여촌령(일명 늦은목이)에서 영동 상촌면의 우두령까지 총 24개의 옛 고개길이 존재하고 있다.

현재 24개 중 승용차 통행이 가능하도록 현대화된 길은 11곳, 오솔길 형태로 도보만 가능한 곳은 8곳, 나머지 5곳은 위치 확인이 미뤄지고 있다. <참조: 본보 2011년 기획시리즈 '대동여지도와 충북의 옛고개'>

충북도와 도내 기초단체들은 올레길로 대표되는 걷기문화와 산림·휴양림 문화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4개 옛고개를 콘텐츠 부족 등으로 인해 지역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옛고개는 △工자형 지형흐름 △환상형 영로 올레길 △조선통신사 사행로 △주막촌 △소금길 등 경북과는 다른 충북만의 또 다른 영로문화 가치를 지니고 있다.

工자형 지형흐름은 백두대간 충북 중·북부 사면이 능선(마루금)-옛길-남한강 물길(수계) 등의 모습을 띄는 것을 의미한다.

즉 工자의 상단부 횡선은 백두대간 능선, 하단부 횡선은 남한강 물길, 중간 수직선은 양자를 연결하는 백두대간 옛길의 모습이 되고 있다.

환상형 영로 올레길은 충북의 특정 고개에서 출발, 백두대간을 넘어 경북지역을 순회하고 또 다른 쪽의 옛고개 길을 통해 출발점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코스를 말한다.

단양의 고치령과 마구령, 연풍의 조령과 이화령, 영동의 괘방령과 우두령이 이에 해당하고 있다.

조선통신사 백두대간 조령 일대의 행로

※지명은 편의상 현대지명으로 바꿈

백두대간 충북 옛길 중 조령을 통과하는 영로는 조선통신사의 하행과 상행 루트였다. 특히 수안보는 행로의 배꼽에 해당, 통신사 일행은 반드시 수안보에서 전별연을 갖고 숙박했다.

조선후기 강홍중이 쓴 '동사록'이라는 일본 사행록이 당시 수안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도사(都事)가 연향을 (수안보)대청에 베풀어 정사(正使) 이하 여러 군관이 모두 참석하였다. 이 연향은 충주에서 판비를 담당하고, 청주에서 보조했다 한다. 충청도 인마는 이곳에서 교체되어 돌아갔다.'-<동사록 1624년 8월 28일자>

조선시대 암행어사 루트는 조선통신사와 다소 달라 경상도를 넘어갈 때는 조령을 경유했으나, 한양으로 돌아갈 때는 중복을 피하기 위해 단양 죽령을 경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백두대간 옛고개 아래에는 도적과 호환(虎患) 등으로 인해 주막문화가 특히 발달했다. 주막문화에 대한 마지막 사료로 '조선지지자료'(1910년대)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당시 위치점을 찍어본 결과, 단양 죽령에는 충북사면(서쪽), 괴산 조령에는 경북사면(동쪽)에 주막촌이 집중적으로 형성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시대 낙동강 상류인 경북 내륙에 가뭄이 찾아올 경우 서해안 소금이 서두에 언급한 工자형 물류 흐름을 타고 경상도 지방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때 충북 백두대간 옛고개가 집중 이용됐다고 사학자들은 밝히고 있다.

지난해 개통된 '새재자전거길'은 충주~문경을 연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북 문경만을 강조하고 있다. 또 이화령을 통과함에도 새재라는 명칭을 사용,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자료=행정안전부
한편 충북은 백두대간 옛고개를 지역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지명 주권'을 지키는 것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빼앗기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전회에 언급한 '소백산면', '소백로' 외에도 '문경새재'는 정부가 정한 '고시 지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행정지명인 '조령' 대신 이 지명이 자주 사용하고 있다.

문경새재는 이른바 정부 '고시 지명'이 아니다. 그럼에도 충북 산림과학박물관은 경북 편향적인 지명어인 '문경새재'로 표기했다.

충북 산림과학박물관 홈페이지와 내부 전시패널은 '조령'대신 지역 편향성을 띄고 있는 '문경새재'로 표기했고, 지난해 개통된 충주-문경간 자전거길도 '새재 자전거길'로 명명됐다.

특히 새재 자전거길은 새재가 아닌 괴산 이화령을 경유함에도 불구하고 '새재'라는 지명을 사용, 혼동과 함께 사실 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역 학계는 "경북과 상생을 해야하지만 지명 주권만큼은 지켜내야 한다"며 "충북 백두대간이 생태 외에 역사, 민속 등의 보고인 만큼 이를 담을 수 있는 공간 마련이 절실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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