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빛과 그림자 - 실종사건 증가…애타는 가족들

"실종자 가족은 두 번 운다"
충북 한해평균 실종아동 신고 200여건
'꼭 찾겠다'는 희망 하나에 가정은 엉망
"가정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인식을"

2012.05.01 19:47:14

'강송이(여·당시 만8세), 실종일자 2002년 5월 28일, 실종지역 충북 진천군, 신체특징 치아가 고르지 못하고 뾰족함 오른쪽 팔 털이 많이 났음. 검은 피부'

보건복지부 위탁기관인 실종아동전문기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이다.

5월 가정의 달이 오면 더욱 서글퍼지는 가정이 적잖다. 아동과 장애인, 치매노인 등 매년 증가 추세인 실종사건으로 가정파탄 등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 행방불명된 아이의 소식을 알아보기 위해 집을 나서는 정모(49·청주시 흥덕구)씨. 그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아동보호시설을 샅샅이 훑었지만 아이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다. 요즘 정씨는 실종 당시 아이 사진만으로는 점점 찾기 힘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에 살아가고 있다.

"이젠 '빨리' 찾겠다는 마음은 버리고 '언젠가는' 꼭 찾겠다는 희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년 14세 미만 아동·지적장애인·치매 노인 및 질환자의 실종사건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각종 범죄행위 피해자로 노출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아동·지적장애인·치매 질환자 실종 접수 건수는 1만7천470명. 이어 2007년 1만9천959명, 2008년 1만8천589명, 2009년 2만463명, 2010년 2만4천94명 등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경찰청이 밝힌 '실종사건 처리 관련 사항' 및 '아동·여성 실종사건 현황' 자료에 따른 것이다.

2006년 이후 미 발견 실종아동 등은 모두 525명으로 아동이 65명, 지적장애인이 310명, 치매 질환자가 150명이다.

특히 아동과 여성 실종사건의 경우 지난 2008년 3만2천720명, 2009년 4만1천42명, 2010년 4만7천873명이 접수됐다. 대다수가 자진귀가나 자살 등 변사, 교통사고 사망, 자체종결 등으로 해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지방경찰청이 1일 밝힌 '최근 3년간 실종아동 신고 현황'에 따르면 도내에서도 지난 2010년 214건, 2011년 193건, 올해 4월현재 60건 등이 접수됐다.

최첨단 IT시대와 가족의 보호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의 실수로 소중한 자녀 등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어려움과 가정문제로 생이별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곧 직장과 가정이 붕괴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실종자 가족은 두 번 운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한 번 울고 주위의 무관심에 한 번 더 운다.

실종 전문가들은 아직도 실종사건을 대비하기 위해선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먼저 초동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초동수사의 성패는 컨트롤 타워를 통한 일사불란한 대응, 경찰의 수사전담팀 운영과 함께 목격자·제보자 등 제3자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2005년 12월부터 실시된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인해 예전 8세미만으로 한정됐던 미아범위가 14세 미만의 아동 및 정신지체인, 발달 장애인, 정신 장애인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이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운영이 완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미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예방 교육을 철저히 하는 것과 미아 발생 시 부모와 길을 잃은 아이, 미아를 발견한 일반인들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은 1984년 설치된 전미실종·학대아동센터(NCMEC)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1996년 유괴로 목숨을 잃은 앰버 헤이거만(당시 9세·여) 사건은 '앰버 경보 프로그램'을 가동시키는 계기가 됐다. 지역 방송국에서 정규방송을 중단한 채 경보를 내보내면 경찰은 물론 주변의 차량운전자, 마을 사람들에게 범인의 인상착의 등이 전파된다. 최근 NCMEC는 앰버 경보를 휴대폰과 페이스 북까지 넓혔다.

실종사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은 사라져야 마땅하다. 스마트폰 시대,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위상에 걸맞은 다양한 실종자 대책이 나와야 한다.

/ 장인수기자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