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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빛과 그림자 - 나날이 '한숨'인 노인들

"나도 그만 살고 저세상으로 가야하는데…"
저출산·고령화 속 급속한 가족 해체
충북지역 작년 노인학대 상담 552건
"무너지는 가족가치 일으켜 세워야"

  • 웹출고시간2012.05.02 19:49:4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70대 한 노인이 좁은 단칸방에서 수개월째 꼼짝 않고 누웠다. 몸이 불편해 혼자서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그를 지난 수개월 동안 단한명의 가족도 찾지 않았다.

돈 없고 병든 것 보다 하루 종일 말 한마디 건넬 곳이 없는 적적함이 이 노인에겐 가장 큰 시련이다.

홀몸노인 정모(73·청주시 상당구 탑동)씨의 하루는 아침 9시에 시작된다. 아침을 맞아도 지난밤과 다를 게 없는 신세지만 살아있다는 걸 느끼고 싶어 그는 꼭 같은 시각 눈을 뜬다.

하루의 시작은 TV를 켜고 냉수 마시는 일. 밤새 허기에 지친 몸을 물로 채운다.

정씨는 매일 오전 11시 한 봉사단체로부터 배달되는 도시락 하나로 하루를 버틴다. 도시락을 반으로 나눠 아침 겸 점심은 오후 3시, 점심 겸 저녁은 밤 9시에 먹는다.

밥 먹고, 볼일 보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그의 하루는 TV 시청이 전부. TV는 그의 유일한 친구다.

TV프로그램 중에서도 특히 가족과 관련된 방송을 꼭 본다. 지난 날 가족에게 잘못한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는 마음이다.

그의 바람은 간절했다. "바라는 것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단지 내가 살아있다는 걸 알려 줄 말동무만 있었으면 합니다." 정씨는 노인자살에 대한 뉴스를 들을 때마다 "오죽했으면 죽었을까 싶어요. 나도 이제 그만 살고 저세상으로 가야하는데 그게 맘처럼 안된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힌다.

가정의 달 5월. 온가족이 서로를 의지하며 단란하게 살아나가는 곳이 많다. 하지만 피치 못 할 사정으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서로를 챙기지 못하는 수도 적잖다. 이제 아들· 딸의 보살핌을 받아도 될 나이지만 여의치 않아 홀로 지내고 있는 노인들을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우리 사회도 저출산·고령화 속에 급속한 가족 해체를 겪고 있다. 통계청은 올해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25.3%를 차지해, 사상 처음으로 2·3·4인 가구를 제치고 가장 흔한 가구 형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1인 가구 비중은 2035년엔 34.3%까지 뛰어오를 것이라고 한다. 특히 배우자를 앞세운 뒤 혼자 사는 사람이 한 해 6만명에 이른다. 65세 이상 홀몸 노인은 올해 119만명에서 2035년 343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충북의 전체인구는 2009년말 기준 154만2천287명. 이 가운데 14세 이하의 연소인구는 26만6천295명(17.3%), 15~64세 경제활동인구는 108만3천450명(70.2%)인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9만2천542명(12.5%)으로 집계됐다.

홀로 사는 노인은 대부분 경제적 궁핍과 질병에 시달리며 우리 사회에서 맨 밑바닥 삶을 살고 있다. 노인 1인 가구의 빈곤율은 76.6%로 전체 가구 빈곤율 14.6%의 다섯 배를 넘는다. 홀몸 노인 41%는 우울증을 경험한 적이 있고, 88%는 평균 두 가지 넘는 질병을 앓고 있다.

현재 청주시 관내에는 1만1천660명의 독거노인이 살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의 21%, 청주시 전체 인구(66만명)의 1.8% 수준이다.

그래도 혼자 사는 게 나을는지 모른다. 자식한테 맞는 노인에 비해서다.

지난해 충북노인보호전문기관과 충북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 상담은 총 552건으로 전년보다 3.6% 늘었다. 이 중 133건이 학대사례로 분류됐다.

가해자는 아들이 79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배우자 24명(15%), 딸 15명(9%), 며느리 12명(8%)이 뒤를 이었다.

그럼에도 노인 본인이 신고한 경우는 17%에 불과했다. 때리는 자식조차 보호하려는 마음에서다.

가정이 해체되면서 노인복지 문제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노인이 홀로 쓸쓸하게 살다가 죽은 지 며칠, 몇 달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고독사(孤獨死)' 사례까지 발생한다.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고령사회의 경고음을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미래 사회의 핵심 구성원이 될 노인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미래 우리 사회 전체의 그늘도 그 만큼 깊어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족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홀몸 노인들의 복지와 의료는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적으나마 고정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노인 일자리를 챙겨주고 질병 치료, 건강검진, 가정 방문 간호, 요양, 정신 상담에 이르는 다양한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

문제는 거기에 드는 재정의 짐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무너지는 가족의 가치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민간 부문 사회복지 서비스를 북돋아 중앙·지방 정부와 사회, 가정이 짐을 나눠 져야 한다.

/ 장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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