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지사, 간부회의서 쓴소리 왜?

'역대 대통령 주간행사' 진행방식 우려
취지 벗어나 '정치논쟁의 장' 부담
"토론회·세미나 등 청남대 밖에서"

2012.07.19 20:26:27

이시종 지사가 우려를 표명하며 쓴 소리를 냈다.

19일 열린 간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다. 이 지사는 이날 청남대관리사업소에서 마련한 '역대 대통령 주간(週間)'행사 진행 방식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도는 역대 대통령의 업적과 생애를 추억하는 관광프로그램 성격의 '역대 대통령 주간(週間)'행사를 추진 중에 있다.

이 행사기간 중에는 생애와 주요 업적 소개, 유품 증정, 생존 당시 육성 소개 등을 내용으로 한 기념식을 갖고 학술회의, 전시회, 체험행사 등을 다채롭게 개최된다. 대통령 주간행사가 시작되는 날은 역대 대통령의 생일, 취임일, 서거일 등을 기준으로 정하기로 했다.

첫 대상은 초대 이승만 대통령. 도는 이 전 대통령의 취임일인 1948년 7월 24일에 맞춰 이달 24일부터 29일까지 재임 당시 그의 연설 모습을 볼 수 있는 '대한늬우스' 동영상을 상영하고 이 전 대통령의 초상화와 유품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 읽었던 책을 전시하고 그가 좋아했던 노래를 들려주는 이벤트도 마련한다.

도는 이 전 대통령에 이어 오는 8월과 12월 취임시기에 맞춰 윤보선, 최규하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주간행사도 진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되거나 정치적으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나머지 대통령에 대한 일정은 내년부터 잡기로 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개인별 공과(功過)를 두고 국민들의 인식 차이가 크고 현재의 정치상황과 민감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지방자치단체가 역사적으로 과오가 인정된 대통령을 기념하는 행사를 주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와 '진보'를 자처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특정 대통령들에 대한 호불호(好不好) 감정을 극단적으로 표출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도는 이런 상황에서 이승만 대통령 주간행사 기간 중에 이승만대통령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세미나와 토론회를 청남대에서 가질 예정이었다.

이 지사는 간부회의에서 쓴 소리를 낸 이유다. 세미나와 토론회에서 이념적인 논의가 이뤄질 경우 '정쟁의 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순수한 관광프로그램이 자칫 정쟁의 핵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이 지사는 토론회와 세미나를 대통령기념사업회가 주관케 하지 말고 도가 직접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또 청남대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토론회를 진행토록 했다.

행사명도 '역대 대통령 주간'아닌 '대통령 특별전' 등으로 변화를 줄 것을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청남대 관광활성화와 정치상황을 놓고 이 지사가 어느 정도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를 가늠케 한다.

도 관계자는 "정치성과 이념을 배제한 채 '있는 그대로의 대통령'을 관광·교육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며 "행사에 앞서 가진 각계각층과의 대토론회 의견에 따라 우선 초대 이승만 대통령 주간행사를 개최하고 그 결과에 따라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원군 문의면 대청댐 주변에 자리 잡은 청남대는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지은 대통령 전용 별장이다. '남쪽의 청와대'란 의미로 청남대란 이름을 붙였다. 역대 대통령들이 즐겨 찾던 휴양지였으나 참여정부가 집권했던 2003년 4월 18일 관리권이 충북도에 넘어왔고, 개방 이후 누적 관람객 수 600만명을 돌파했다.

/ 장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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