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의 추억, 영동군의 영광

2012.08.29 16:16:30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충북의 최남단에 위치한 영동군은 한반도의 배꼽이라 단전의 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난계의 숨결이 서린 국악의 메카요 과일의 성지인 영동은 추풍령 민주지산 월유봉 양산팔경 등 명화 같은 풍광이 병풍처럼 펼쳐있는 아주 매력적인 고장이다. 단전의 기를 머금고 생산되는 포도 감 호두 사과 배들은 당도가 높고 빛깔이 고와 맛과 품질에서 전국 최고의 대접 받는다.

필자는 2000년 7월 15일 사무관 승진과 함께 영동군 사회복지과장으로 발령이 나 이처럼 매력 넘치는 영동군에서 일하는 행운을 누렸다.

사회복지과장의 주된 업무는 저소득층 생계보호를 비롯하여 노인·장애인·여성·청소년·아동 복지 업무였다. 자연스럽게 노인회·장애인협회·여성단체·어린이집연합회 등과 스킨십이 많았고, 그들을 행정의 파트너로 주인으로 깍듯이 모신 탓에 환대와 사랑을 받았다. 2001년 9월 15일 '2002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 지원팀장으로 발령이 나 충북도로 복귀하게 되자, 감사패와 공로패 등을 주며 눈물을 글썽이던 영동 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영동군의 수장은 재선의 박완진 군수였다. 그는 영동군청에서 잔뼈가 굵은 공무원 출신으로 예산이 아깝다고 해외여행도 안 갔을 만큼 근검절약했으며, 권위적인 카리스마로 공직 내부는 물론 군민들을 휘어잡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는 아침 간부회의가 끝나면 비서를 대동하고 하루 종일 관내를 순시하다가 퇴근시간 무렵 귀청해 석회라는 간부회의를 주재했다. 주로 순시 중에 보고 들은 것을 이야기하는 형식인데 회의가 길어 직원들의 원성이 컸다. 당시만 해도 과장이 퇴근 못하면 계장들도 퇴근하지 못하던 터라 개인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젊은 직원들에게 석회는 고통 자체였다. 그런 내부의 정서를 알기에 석회가 길어지면 '밥 먹고 합시다.' 라고 너스레를 떨었고 '3선 하시려면 석회를 없애든지 주요사안이 있을 때만 하시라'고 건의했으나 석회는 고집스럽게 이어졌고, 그는 결국 3선 고지에서 고교 동창이며 정적이었던 손문주 군수에게 자리를 내주고 만다. 군수 자리를 놓고 원수처럼 싸웠던 두 분도 몇 해 전 고인이 되었으니 인생무상에 옷깃을 저민다.

영동 사람들은 경북 전북 충남과 맞닿아 지역별로 말씨는 조금씩 다르지만 남자들은 대체적으로 코가 크고 남성다우며, 여성들은 다부지고 생활력이 강하다. 그런 그들이 힘을 합해 뒤늦게 뛰어든 과수 산업을 전국 최고로 일으켜 세웠고, 난계의 자산을 극대화해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과일나라 테마공원, 와인터널, 와인테마마을, 농가형 와이너리 사업 등으로 타 지역과 차별화와 우월성을 견지하는가 하면, 세계 최대의 북 '천고'를 제작해 기네스북에 등재시키더니 국악기 제작촌에 이어 국악 체험촌 국악 명인촌을 조성해 세계 최고의 국악타운을 만들고 있다. 어떤 분야든 세계 최고가 된다는 것은 힘들고 가치 있는 것이기에 박수를 보낸다.

영동읍은 청주읍 충주읍 다음으로 1940년 도내 3번째 읍이 된 유서 깊은 도시이다. 그러므로 전북의 무주 진안 장수 까지 영향권 안에 두었던 영동의 옛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 근자에 젊은 인구 유입도 증가되고 있고 기업유치를 위한 산업단지도 조성되고 있어 영동의 미래는 밝다. 이런 변화의 에너지를 영동발전소라는 용광로에 하나로 모아 크게 웅비하기 바란다.

눈감으면 떠오르는 영동의 산하와 선한 사람들! 거기 축복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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