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논산의 사나이

2012.09.05 16:18:19

오병미

청주교육지원청 장학사

대한민국 남자라면 한번은 가야하는 군대! 어느 무더운 여름 날 아들은 논산 훈련소로 떠났다.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이야기를 건상으로만 듣다가 막상 내 아들이 군대를 간다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유난히 음식을 잘 먹고 운동하기를 싫어하는 아들이기에 남들보다 걱정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자식은 다 귀하겠지만 나에게는 특별히 귀한 아들이다.

친정어머님은 언니들이 결혼을 해 딸만 주르르 낳은 터라 늘 의기소침 해 있었다. 그러다가 막내딸인 내가 아들을 나니 너무나 기뻐하셨다. 우리 아들이 태어난 날 친정어머님은 병원에서'만세삼창'을 해 주위에 웃음을 전해주곤 하였다.

그렇게 태어난 아들은 별 탈 없이 외할머니 보살핌으로 잘 자랐다. '금이야 옥이야'하고 기른 손자가 군대 간다고 인사 드리러 간 날 외할머니는 대성통곡을 하셨다. 마치 전쟁터에 손자를 보내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입대 전 잠이 오지 않는지 뒤척거리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덩달아 잠을 자지 못하였다. 작은 가방에 필수품을 챙기면서 가족사진도 함께 가지고 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하였다. 아들 군대 간다는 말을 주위에 너무 많이 해 남편에게 꾸중도 들었다. 내가 지식을 강하게 키우지 못한다고 늘 남편은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특히 남자는 꼭 군대를 갔다 와야 한다는 말을 자주하였다.

긴 머리를 짧게 깎고 온 날 진짜 군인이 되는구나! 국가의 부름을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군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오기만을 기도하며 아들과 함께 논산으로 향하였다. 입대하는 날 비는 보슬보슬! '까까머리'젊은이들만 약 천 칠백여명, 동반된 가족들까지 모임 인파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이 모습! 미리 보낸 선배 엄마들 말씀 "절대 아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말라고"굳건한 마음으로 이별을 하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봇물처럼 쏟아져 어느새 아들 얼굴은 뿌연하게 보였다.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아들을 떠나보냈다.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환한 미소로 잘 다녀오겠다고 손을 흔드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스러웠지 모른다. 남자는 태어나서 세번 운다고 그랬던가! 그 중 한번이 군 입대 하는 날인데 우리 아들은 울지 않았다. 대신 평상시 핀잔을 주었던 남편 안경 밑으로 흐르는 눈물을 보았다. 강한 부성애도 이 순간에는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일까·

몇 천여 명의 가족들 모습은 눈물로 얼룩진 표정들이었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리라. 집에 도착하니 여기저기서 잘 보내고 왔느냐는 전화를 받고 또 한 번 눈물이 왈칵! TV에서 군인의 모습만 보아도, 밥을 먹을 때도, 묵주를 돌리며 기도할 때도, 군대 갈 때 입고 간 옷이 도착했을 때도, 홈페이지에서 아들 사진을 보았을 때도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얼마 전 군대 간 아들한테 편지가 왔다. 마냥 철부지로 알았던 아들이 어찌 그리 대견하던지. 훈련이 힘들 텐데도 부모님 걱정하는 마음에 잘 지내고 있고 부모님과 헤어지는 그날 본인도 눈물이 나왔지만 부모님 생각해서 눈물을 꾹 참았노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방을 열어보며 아들 채취를 느껴본다. 요즈음은 아들에 대한 보고픔을 손 편지로 전하며 마음을 달래본다. 군대생활을 통해 몸과 마음이 더욱 건강해지고 씩씩한 아들 모습을 그려본다. 부모는 자식 앞에서는 바보가 되는가 보다. 그놈의 자식이 무엇인지! 오늘도 자랑스러운 논산의 멋진 사나이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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