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산 걷는 숲길

2012.09.13 14:47:00

신순애

탑애드컴디자인 대표

어느 도시이건 도시 주변에 있는 산은 현대생활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많은 역할을 한다.

도심에서 발생하는 오염된 대기를 정화하고 맑은 산소를 제공하는 환경적인 이로움 뿐 아니라 철 따라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과 휴식의 공간이 되어 심신의 건강을 지켜주는 생활의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청주의 동편에 자리한 350여m의 우암산은 60만 청주시민에게는 값으로 계산 할 수 없는 무한한 생활의 보고라고 할 만 하다.

사무실이 우암산 순환도로 초입인 삼일공원에 인접 해 있는 나는 매일 출퇴근을 하며 요즘 아웃도어의 화려한 등산복이나 추리닝의 간편한 차림으로 우암산을 오르내리는 많은 시민들과 마주하게 된다. 우암산 순환도로를 따라 산책을 하기도 하고 등산로를 따라 우암산 등산을 하거나 멀게는 상당산성까지 등산을 하는 시민들이다. 이 분들을 보면 올라갈 때 보다 내려올 때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이고 즐거운 표정들이다. 등산은 힘들었지만 숲속을 걸으며 유산소 운동으로 인한 심신의 상쾌함 때문인가 보다. 나도 시간이 날 때면 한 시간 남짓 순환도로를 따라 산책을 겸한 운동을 즐긴다. 벚나무 숲이 우거진 순환도로는 시간이 바뿐 시민들이 언제나 찾을 수 있는 운동하기 아주 좋은 코스이다.

그러나 지금은 순환도로를 질주하는 차량의 소음과 제대로 갖추어 지지 않은 인도를 따라 길가에 주차 해 놓은 자동차를 피해가며 걷기가 여간 불편 한 게 아니다.

청주시에서는 이 우암산 순환로에 13억 원의 예산을 드려 우암산 걷기 길 조성사업을 추진 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발표하였다. 이 사업을 보면 자동차 위주로 이용되고 있는 순환도로 4.2km 구간을 일방통행으로 전환하고 1차로를 안전보행로로 만들어 안전시설과 함께 공중화장실, 벤치, 음수대등의 편의 시설을 갖추어 벚나무 숲길을 걷는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단다. 또 국립청주박물관-용화사-구 용담파출소-삼일공원을 있는 등산로도 정비하여 걷기 전용 오솔길로 갖추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제공할 계획이란다.

요즘은 지자체마다 걷기 길을 조성하는 것이 대세인가보다. 2007년 인가 서병숙씨가 전에부터 이용하고 있는 제주도의 돌담길, 들길, 산길, 오름 길,을 정비하여 만든 제주올레 길은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관광코스가 되었다. 지리산의 둘레 길을 비롯해, 우리도내에도 칠성호수를 따라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괴산의 산막이 옛길, 천년의 숨결이 어린 진천의 농다리와 연계한 초평호수 둘레 길은 주말이면 교행이 어려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 전국적인 명소가 된지 오래다.

이번 시에서 계획하고 있는 우암산 걷기 길은 바뿐 시민들이 많은 시간을 내지 않고도 언제나 찾을 수 있는 시민들의 생활 속에서 접 할 수 있어 좋다. 햇살이 따사로워 지는 이른 봄에는 순환도로가 시작되는 불교수련원입구와 삼일공원의 길 언덕을 개나리꽃이 노랗게 물들인다. 4월이면 새싹보다 먼저 꽃망울을 터트리는 벚나무는 순환도로가 끝나는 어린이공원까지 화사한 긴 벚꽃 터널을 만들어 산책하는 시민들에게 꽃잎을 뿌려준다. 5월 이면 아카시야 꽃 향에 흠뻑 취 할 수 있는 순환도로의 숲길, 녹음 짙은 한여름에는 시원 한 나무 그늘, 가을이면 길가의 단풍나무가 꼽게 물들고 떨어진 낙엽들이 산책하는 시민의 발끝에 채여 흩어지는 우암산 순환로 길. 어디 이뿐인가. 우암정 입구에 시내가 한 눈에 조망되는 전망대의 전경은 낮에는 시원하고 야경은 더 없이 아름답다. 이곳은 TV드라마로 청주의 명소가 된 수암골로 내려가는 길로 이어 지기도 한다. 벚나무 사이사이 울창한 활엽수와 솔숲을 따라 걷다보면 청주대학교 켐퍼스 후문 뒤편으로 보현사로 오르는 길을 만난다. 이 길을 따라 조금 만 오르면 맑은 계곡물 소리와 보현사의 풍경소리 독경소리가 고즈넉하게 들린다. 우암산 정산으로 이어진 이 길은 가파르기는 하지만 소나무, 낙엽송이 우거지진 숲과 산야초의 꽃이 피는 자연생태학습관공원도 만날 수 있다. 이와 같이 아기자기한 우암산 순환로 십리 길을 목재를 깔고, 난간도 만들며 숲이 터진 길가 언덕에는 원추리, 둥굴레, 엉겅퀴같은 흔한 야생화 밭도 가꾸어 테마가 있는 쉼터를 만들어, 아름다운 숲길을 걷는 시민들이 숲이 뿜어내는 숲 향을 맡으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충전 할 수 있는 명소로 가꾸었으면 좋겠다.

우암산 걷는 숲길이야말로 자동차의 매연, 도시의 넘쳐나는 공해, 생활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시민들의 몸과 맘을 치유해주는 길, 힐링 로드(healing road)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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