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 '엽전 던지기'로 한양의 주산 정했다

안국준 '한양 풍수와 경복궁의 모든 것' 출간
경복궁 대신 창덕궁을 정궁으로 삼아 재천도
경복궁, 방석·방간 등 배다른 동생 살해장소
태조 경복궁 건립에 충청도민 5천명도 부역

2012.10.22 19:44:12


조선 태종 이방원은 천도 과정에서 논란이 일자 이른바 '엽전 던지기'로 한양의 주산을 최종 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성계의 경복궁 건립 작업에는 지금의 수도권 주민뿐만 아니라 충청도민 5천여명도 부역에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안국준 씨가 최근 '한양 풍수와 경복궁의 모든 것' 제목의 책을 태웅출판사 이름으로 출간했다.

지금까지 조선의 한양천도 과정을 다룬 책은 적지 않게 존재해 왔다. 그러나 이번 책은 주역적인 시각 외에 사료 원문을 풍부하게 인용, 종전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8백쪽 분량의 이번 책은 한양으로의 천도와 그 큰 변화, 한양은 어떤 땅인가, 620년전 한양의 도시계획, 도성과 4대문, 조선왕조의 정궁 경북 등 22장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에 따르면 조선이 한양을 도읍으로 삼고 천도를 한 것은 태조 이성계 때이나 '한양= 조선의 수도'가 완전하게 정착된 것은 태종 이방원 때이다.

이성계는 신도안, 계룡산 일대 등 중부지방 여러 곳을 도읍지로 물색하다 결국 한양 북악산 아래에 터를 잡고 이곳에 정궁인 경복궁을 건립했다.

이 과정에서 이론을 제공하고 건축 작업을 진두지휘한 인물은 정도전과 권중화였다. 그리고 일반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충청도민 5천5백명도 부역에 동원됐다.

'(경기)좌도의 정부(丁夫) 4천 5백 명과 우도의 정부 5천 명과 충청도의 정부 5천 5백 명을 징발하여 궁궐의 역사에 부역하게 하였다.'-<태조실록 4년 8월 12일자>

그러나 권력의지가 약했고 또 고향이 그리웠던 정종(2대 임금)은 어머니 신의왕후 재릉에 참배하러 개성에 갔다가 환궁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렀다. 환도가 슬그머니 이뤄진 격이 됐다.

왕위를 물려받은 태종(3대)도 처음에는 개경 수창궁에서 국사를 봤다. 그러나 수창궁이 화재로 전소되면서 부득이 다시 한양으로 천도를 해야 했다.

이때 태종을 포함해 여러 대신과 무학대사 등 사이에 한양의 주산(主山)을 어디로 정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여졌다. 풍수상 주산이 정해져야 그 아래 궁궐이 위치하기 때문에 당시 논쟁은 무척 중요했다.

정도전과 권중화는 북악주산론, 무악대사는 인왕주산론, 하륜은 무악주산론을 각각 주장했다. 북악산은 지금의 청와대 뒷산으로 당시는 '백악산'(白岳山)을 불렀다.

태종 이방원은 좀처럼 의견이 모아지지 않자 급기야 '척전'(擲錢·엽전던지기)으로 한양의 주산을 정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임금이 말하기를, "척전(擲錢)도 또한 속된 일이 아니고, 중국에서도 또한 있었다. 고려 태조가 도읍을 정할 때 무슨 물건으로 하였는가" 하니, 조준이 말하기를, "역시 척전을 썼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와 같다면, 지금도 또한 척전이 좋겠다."'-<태종실록 4년 10월 6일자>

이때 동전을 세번 던져 얻은 주역괘는 신도(新都)는 2길(吉) 1흉(凶), 송경(松京)과 무악(毋岳)은 모두 2흉(凶) 1길(吉)이었다. 신도는 지금의 북악산을 의미한다.

태종은 한양의 주산을 지금의 북악산(가운데 윗원)으로 정했으나, 이복동생을 살해했던 경복궁 대신 창덕궁(맨 오른쪽 원)을 정궁으로 사용했다.

태종은 한양으로 재천도를 했으나 경복궁이 아닌 창덕궁을 정궁으로 사용했다. 경복궁은 권력투쟁 과정에서 자신이 이복동생 방석, 방간을 죽인 곳이다.

이번 책은 도읍 선정의 신중함을 보여주는 면에서 통합시 청사 위치를 조만간 결정해야 하는 청주시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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