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십계명과 선거 십계명

2013.01.23 17:31:17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선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지 20여일이 지났다. 워낙 박빙이어서 그랬는지 아직도 대선 후유증으로 멘붕 상태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 말해 무엇 하랴. 아무튼 결과는 간신히 아파트 한 채 가지고 사는 50대들의 민생 표심을 자극한 박근혜후보의 승리였는데 금 번 대선의 대차대조표를 살펴보면 가장 큰 이익을 남긴 사람이 안철수 전후보인 것 같고 가장 큰 적자를 본 사람은 이정희 전대표 인 것 같다. 특히 이정희 전대표의 경우 TV토론에서 1%의 지지율이 안 되는 상황이니 본인이 말하는 정책이나 공약을 시청자가 들어 줄 리 만무하고 따라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이른바 여당후보에 대한 신랄한 공격이었는데 이에 대해 지금 마녀 사냥을 톡톡히 당하고 있는 것 같다.

그건 그렇고 늘 대선이 끝나고 나면 느끼는 것 이지만 새로 들어 설 정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기대가 증폭됨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관심이 실망으로, 그리고 또 한 순간이 지나고 나면 증오로 바뀌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대선 역사 아니었나 싶다.

그건 그렇고 요즘 점심식사 마치고 나른 할 때 인터넷 서핑을 하다 포르노 십계명이란 글이 나와 있어서 그 걸 읽어보았는데 완전히 배꼽 날아갈 수준이었다. 새해부터 포르노 십계명이란 글을 소개하는 것을 보면 참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내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니 널리 이해해 주기 바란다.

아무튼 그 내용은, 첫째, 네가 포르노 보는 걸 이웃이 모르게 하라(잘못하면 개망신 당한다). 둘째, 화면 속의 xx을 탐하지 말라(남편이나 애인이 화면 속 xx와 비교됨을 탓하지 말자. 얼굴은 네 애인이 더 클 것이니). 셋째, 화면 속의 몸을 탐하지 말라(튼튼히 아이들을 길러낸 마누라를 칭송하자). 넷째, 화면은 크더라도 소리는 작게 하라(비디오 없는 옆집 총각이 불쌍하지도 않은가). 다섯째, 화면 속의 체위를 요구하지 말라(저번에 까진 무릎이 아물지도 않았다). 여섯째, 화면 속의 봉사를 요구하지 말라(저 사람은 저렇게 하고 얼마를 받는지 알아·). 일곱째, 화면 속 시간에 현혹되지 말라(영화는 편집이 가능하다). 여덟째, 화면 효과에 현혹되지 말라(라이브는 언제나 어려운 법). 아홉째, 좋은 것은 돌려 보라(나눠보는 포르노 속에 싹트는 우정). 열 번째, 상대에게 관람을 강요하지 말라(아내에게 보여주고 싶을지 몰라도 강요는 하지 말지어다).

이것을 읽다보니 선거 십계명이 절로 만들어 진다. 첫째, 네가 한 공약을 국민들이 기억하지 못하게 하라(잘못하면 촛불시위 당한다). 둘째, 권력 속의 유혹을 주저하지 말라. 셋째, 권력 속의 죄를 무서워 말라. 넷째, 치적은 크게 홍보하고 잘못 된 일은 쉬쉬하라(힘없는 민초들은 들고 일어난다). 다섯째, 공약 속의 실천방법을 요구하지 말라(저 번 정권도 그랬듯이 공약은 공약(空約)일 뿐 이다.) 여섯째, 국민에 대한 봉사를 생각하지 말라(국민은 세금을 내는 사람들에 불과하니 4대 의무만 강조하라). 일곱째, 집권 기간이 5년밖에 안 된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라(치적은 편집이 가능하다). 여덟째, 민초들의 요구에 현혹되지 말라(복지문제는 언제나 어려운 법). 아홉째, 후계자를 잘 키워라(퇴임 후의 보복을 생각해야 한다). 열 번째, 야당의 동참을 강요하지 말라(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날치기 하면 된다).

이제 새로 시작하는 박근혜정부, 선거 십계명을 철저히 폐기 시켜 버리고 정말 민초들의 의견과 소망을 소중하게 여기는 정부가 되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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