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는 6천년전 비밀을 품고 있다'

안승모교수. 도문화재硏 특강
한반도 신석기인 주요 식량…참나무 훌륭한 건축재
3~4세기부터는 백제권 중심 '밤'(栗)도 크게 소비돼
삼국지 동이전 "큰 밤이 나오는데 마치 배처럼 크다"

2013.02.18 19:39:05

참나무 열매인 도토리가 한반도 신석기인들의 주요 식량 자원의 하나였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대신 밤나무는 원삼국시대부터 인공조림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도토리는 6천년 전의 비밀을 품고 있다.'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원장 장호수)가 지난 14일 원광대 안승모(고고미술사학과) 교수를 초청, '곡물과 고고학'을 주제로 한 강연회를 가졌다.

안교수로 선사 중 신석기시대 전문가로, 벼와 밭작물 등 한반도 농경의 기원과 관련된 논문을 많이 발표한 바 있다.

안 교수는 이 자리에서 도토리는 한반도 신석기 사람들의 주요 식량자원의 하나였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열매인 밤(栗)은 도토리를 대체해 원삼국시대 이후 마한·백제권(호남과 충청)에서 주요 식량자원의 하나로 소비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에 대해 "신석기시대는 낙엽성 참나무 중심의 숲이 형성된 시기로 수종 분석에서도 참나무속이 다수를 차지한다"며 "많은 유적에서도 도토리 열매가 출토되고 있고, 저장혈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발견된 도토리 열매 중 가장 오래 된 것은 울산 황성동에서 출토된 유체(遺體)로, 기원전 6천년전 후반의 연대값을 갖고 있다.

충북에서는 옥천 대천리 주거지에서 이보다 2천년 정도 늦은 도토리 유체가 발굴된 바 있다.

신석기시대 참나무류는 건축재로도 훌륭하게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는 "당시 주거지에서 출토된 목탄을 분석한 결과, 신석기인은 참나무를 건축재로도 많이 선호했다"며 "이는 참나무 재질이 비교적 단단하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반도 신석기인들이 도토리에게 부여했던 주요 식량자원 기능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청동기시대 접어들어 벼, 조, 기장, 콩, 팥, 보리, 밀 등 논밭작물의 대중화가 한반도 지역에서 어느 정도 이뤄졌기 때문이다.

강도가 높은 참나무는 기둥, 서까래, 가구재 등으로 선호됐지만 그 열매인 도토리는 식량으로서의 기능이 급격히 퇴조했다.

한반도 원삼국시대 들어 이들 작물과 함께 식량으로서의 대중성을 지니기 시작한 것은 의외로 '밤'인 것으로 조사됐다.

안 교수는 "화분(꽃가루) 분석을 하면 원삼국시대가 되면 참나무류가 급속히 감소한다"며 "이는 한반도 기후가 한랭건조화된 것 외에 인간의 간섭이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원후 3~4세기가 되면 각 발굴지에서 밤의 출현빈도가 크게 증가한다"며 "다만 지역적으로 마한과 백제의 강역인 호남·충청권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은 가야지역(경남)이고 경주 등 나머지 지역에서는 아직 출토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내용에 근거, "마한과 백제에서는 밤을 과수에 가깝게 인공조림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같은 문화의 일부가 가야지역까지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안교수는 마한·백제인들이 밤을 특히 선호한 이유로 △맛이 좋고 △영양가가 높으며 △목재는 가공하기 쉬운 점 등을 꼽았다.

마한과 백제인들이 밤을 좋아하고 잘 재배했다는 근거는 중국 고문헌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삼국지위지 동이전은 마한의 밤에 대해 '出大栗大如梨'(의역: 큰 밤이 나오는데 마치 배처럼 크다)라고, 후한서 동이열전은 '出大栗如梨'(큰 밤이 나오는데 배와 같다)라고 적었다.

이밖에 수서 동이열전은 백제의 밤에 대해 '有巨栗'(큰 밤이 있다)이라고, 북사열전은 '有巨栗其五穀雜果'(큰 밤이 있는데 오곡의 하나며 잡과)라고 기록했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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