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산불통제 기간을 좋아한다

인적 뜸하자 활동량 평소보다 5배로 늘어나
번식기와 겹치는 시기로 사람이 더 양보해야
동물도 체력 소모 줄이기 위해 '등산로 애용'

2013.03.03 13:00:02

야생동물들은 산불통제기간에 인적이 줄어들면서 활동을 훨씬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삵이 가장 많이 관찰됐다.

봄·가을 건조기에 국립공원 산불예방을 위해 탐방객 출입을 통제한 결과, 야생동물들의 활동량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는 야생동물 번식기와 겹치는 때여서, 이 시기만이라도 전국의 주요 등산로를 야생동물에게 양보하는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산불조심기간 중 야생동물의 활동성을 알아보기 위해 지리산 노고단∼피아골삼거리∼피아골 구간 8.8km에 CCTV 10대를 설치하고 삵, 담비 등 야생동물 등 8종의 배설물과 먹이 흔적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124건의 야생동물 실체를 확인되는 등 산불조심기간의 야생동물 출현 횟수가 다른 기간보다 무려 약 5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생동물들은 2월∼4월 봄 산불통제기간과 11월~12월 가을 산불통제기간에 월 평균 19회 정도 관찰됐다. 이는 다른 기간 평균 4회 보다 훨씬 많은 횟수다.

개체별로는 삵 59건, 담비 27건, 족제비 21건, 멧토끼 10건, 멧돼지 4건, 고라니 2건, 오소리 1건 등으로, 삵이 가장 많이 관찰됐다.

삵은 고양이처럼 생겼으나 고양이보다 몸집이 크고 불분명한 반점이 많다. 또 턱의 근육이 발달하여 먹이나 다른 물건을 물어뜯는 힘이 매우 센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산불조심기간에 야생동물의 출현이 많은 것은 탐방객 출입이 통제됨에 따라 위협요인이 감소, 서식여건이 보다 안정화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요 야생동물 짝짓기(출산) 시기

또한 전문가들은 봄철 산불조심기간 탐방객 통제는 야생동물이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낳는 시기라는 점에서 산불예방 효과뿐만 아니라 야생동물 번식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한편, 공단 지리산남부사무소는 최근 3년간 지리산국립공원 구례 지역 11개 탐방로 37km에서 포유류 11종의 흔적 698건을 관찰했다.

이중 삵, 담비, 수달 등 멸종위기종의 흔적이 각각 286건, 139건, 수달 53건으로 전체의 68.4%를 차지했다.

공단 관계자는 "야생동물도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 사람들이 다니는 완만하고 편한 등산로 등을 주로 이용한다"며 "따라서 산불조심기간만이라도 등산로를 양보하면 야생동물들의 번식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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