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자'(鬱離子)는 중국판 목민심서로 일컬어지고 있다.
중국판 목민심서인 '울리자'(鬱離子)를 아십니까.
청주지역에도 간혹 출강하는 강정만(서남대 중국어학과) 교수가 '울리자'를 2백여쪽 분량으로 출판사 주류성을 통해 국내 처음으로 번역·출간했다.
특히 이 책은 원말명초의 한 올곧은 중국 선비가 국가와 백성을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가를 싣고 있어, 신정부 참여 인사와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울리자'의 '울(鬱)'은 문채가 있는 모양이고 '리(離)'는 8괘의 하나로 불(火)을 대표한다. 즉 '울리(鬱離)'는 정치교화(政治敎化)가 밝게 빛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나아가 '울리자'는 책의 제목일 뿐만 아니라 7백년 전에 개혁적이며 진보적인 삶은 산 작자 자신인 유기(劉基·1311 ~ 1375)를 칭하고 있기도 하다.
풍자와 교훈의 내용을 담은 울리자는 치국의 도, 삶의 지혜, 올곧은 선비의 인생관, 변화무상한 세상, 어리석은 자의 종말 등 총 5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명쾌한 비유와 함께 쉽게 와닿는 내용을 일부 소개하면, '인재를 얻는 법', '못생긴 사람이 잘생긴 사랍보다 살기 편한 이유', '성공의 조건', '사람의 힘과 호랑이 힘의 차이' 등이 있다.
먼저 '인재를 얻는 법'에는 '나무의 종류 가운데 소나무, 전나무, 측백나무 등은 대들보로 쓸 수 있습니다. 이런 고급 수종은 40~50년 지난 후에야 비로소 재목으로 쓸 수 있습니다. 이와 반면에 저급 수종으로는 능수버들, 수양버들, 떡갈나무 등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심으면 즉시 자라는데, 땔감으로 밖에 쓸 수 없습니다'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리고 '지금 왕께서는 사람을 쓰는데 경륜을 쌓은 인재를 기다리지 않고 있으며, 툭하면 엄격한 법률을 적용하여 죽였사옵니다. 하루 아침에 집이 무너지면 땔나무를 엮어서 대들보로 삼는 방법으로 집을 지탱할 수 없을까 두렵사옵니다'(62쪽)라는 내용이 이어진다.
또 '못생긴 사람이…'에서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장점과 특성이 있는 만큼 긍정적인 마음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늘은 나에게 목재로 쓸만한 재질을 주지 않고 가시를 하사하였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나를 벌목하지 못하게 하고 새들이 감히 내 가지에 모여들지 못하게 한 거야. 그래서 나에게는 너의 아름다움은 없지만 또한 너의 근심도 없기 때문에 너보다 얻은 것이 많아. 내가 너보다 훨씬 좋은 팔자인데, 또 무엇을 바라겠어.'(73쪽)
이밖에 '성공의 조건'에서는 '가뭄이 들 때 배(舟)를 준비하고 뜨거운 날씨에 가죽옷을 준비해야 한다'(77쪽)라고, '사람의 힘과 호랑이 힘의 차이'에서는 '호랑이는 자신의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사용하지만, 사람은 호랑이를 때려잡을 수 있는 물건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힘의 작용은 하나지만 지혜의 작용은 백이다'(92쪽)라고 썼다.
한편 이 책은 원문도 함께 수록했기 때문에 공직자 외에 중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나 사학과 대학생 등에게 좋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조혁연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