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신품보단 견고한 중고가 낫다?

2013.03.13 15:29:42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내 나이 50중반을 넘어 이제 영 실버(young silver)에 도달했다.

그러다 보니 무엇보다 시력이 많이 나빠졌다. 예전에는 실력은 없어도 시력이라도 좋았는데 이제는 실력도 없고 시력도 없어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할 지 막막하다.

하기사 당연한 노화 현상 중 하나지만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착잡해져 옴은 부인하기 어렵다. 아무튼 이제 학교 동기들 인터넷 카페 등에 들어 가 보면 노년에 대한 글이 많이 게재되어 있다. 역시 어제 카페에 들어 가 보니 다음과 같은 글이 나와 있다.

장부라도 청년기는 그리워지는 초년이나, 군자라도 노년기는 서러워지는 만년이다. 청춘 경험이 있는 노인은 청춘을 잘 알지만, 노년 경험이 없는 청년은 노년을 잘 모른다.

누구나 청년기는 반복하고 싶은 세월이나, 노년기는 거부하고 싶은 세월이다. 찬란하다 한들 젊음을 지켜낼 장사는 없고, 초라하다 한들 늙음을 막아낼 장사는 없다.

늙는다 해도 추한 인생을 살아서는 안 되며, 늙는다 해도 험한 인생을 살아서는 안 된다. 노추는 탐탁찮을 지라도 장수는 기대하고, 노환은 달갑잖을 지라도 장수를 기대한다. 장수한다 해도 노추를 경험하면 불행이며, 장수한다 해도 노환을 경험하면 불행이다. 곱게 늙지 못하면 체면불구하기 십상이며 후안무치하기 십상이다.

늙어 추하다 해도 인생을 포기 할 수는 없고, 늙어 험하다 해도 인생을 포기 할 수는 없다. 늙어도 있는 자는 타락으로 주체를 못하나, 늙어도 없는 자는 가난으로 주체를 못한다.

노인이 명예를 얻는다면 훨씬 큰 보람이나, 노인이 명예를 잃는다면 훨씬 큰 망신이다. 비록 늙었다 해도 약한 티를 내서는 안 되며, 비록 늙었다 해도 없는 티를 내서는 안 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외면을 가꾸어야 하고, 또 내면을 다듬어야 한다. 나이가 들다 보면 화려한 학벌도 퇴색되고, 나이가 들다 보면 화려한 경력도 퇴색된다. 나이가 들다 보면 몰골마저 추해지기 쉽고 행동마저 추해지기 쉽다. 나이가 들다 보면 수치심도 무뎌지기 쉽고 공포심도 무뎌지기 쉽다.

나이가 들다 보면 자존심도 무뎌지기 쉽고 또한 자부심도 무뎌지기 쉽다. 늙었다 해도 자존심을 포기해서는 안 되며, 늙었다 해도 자부심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나이가 들어 사랑받기란 여간해 쉽지 않고, 나이가 들어 존경받기란 여간해 쉽지 않다. 나이가 먹을수록 건강이라도 좋아야 하고, 나이가 먹을수록 재산이라도 있어야 한다.

늙었다 해도 마음은 꿈 많은 소년이고 싶고, 늙었다 해도 기분은 꿈 많은 소녀이고 싶다. 늙었다 해도 중진 대접은 받고 싶은 법이고, 늙었다 해도 원로 대접은 받고 싶은 법이다. 무릇 부실한 신품보다 견고한 중고가 낫고, 무릇 미숙한 패기보다 노련한 경륜이 낫다.

이상의 글이 카페에 올라와 있는 글 내용이다.

한 구절 한 구절 어디 틀린 곳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정치권에서 예전에 완전히 은퇴하신 줄 알았던 분들이 다시 활동 하시는 모습을 보게 된다. 카페 글에 나와 있듯이 부실한 신품보다 견고한 중고가 낫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셔서 그러시겠지만 민초들의 기억 속에 완전히 은퇴하셨던 분들은 세월과 더불어 살포시 미소 지으시는 모습 정도만 보여 주시는 것이 훨씬 멋지고 값진 모습 아닐 까 생각해 본다.

우리가 가지고 싶어 하는 원로의 모습을 보여주시는 것이 그나마 남은 인생길에 우리들에게 잔잔한 사랑의 선물 하나 안겨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이 비록 나만의 소망일까?

/조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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