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칸방 부부

2013.03.20 19:25:24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방 한칸에서 가난하게 사는 부부와 아들이 있었다. 아들이 자랄 만큼 자라서 혹시나 볼까싶어 밤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밤일을 할 때마다 남편이 아들이 자나 안자나 확인 하려고 성냥을 켜서 아들 얼굴 위를 비춰 보고 확인한 후 밤일을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역시 성냥을 켜서 아들 얼굴 위로 비추는데 그만 성냥의 불똥이 아들 얼굴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때 아들이 벌떡 일어나 하는 말, " 우 쒸~ 언젠가는 내 한티 불똥 튈 줄 알았다니께유…." 그 뒤로 이들 부부는 더욱 조심하였다.

어느 날 밤 남편은 자는 아들을 툭툭 치면서 자는 걸 확인하고 부인에게 건너가려는데 어두워서 그만 아들의 발을 밟았다. 남편은 부인의 발을 밟은 줄 알고 " 여보 안 다쳤어. 괜찮혀?" 그러자 아들이 한 마디 했다. " 내가 참으려고 했는 디… 왜 지 발 밟고 엄니한테 그러세유? " 하나뿐인 아들 얼굴에 불똥 튀기는 것도 미안하고, 허구헌날 아들 발 밟는 것도 미안하고 혀서… 남편은 없는 살림에 후래쉬를 하나 장만했다.

후래쉬를 사던 그날 모처럼 좋은 기회가 왔다. 역시 투자를 해야 좋은 일이 일어나는구나…. 이들 부부는 오랜만에 사랑을 나누었고 자뭇 흥분한 남편은 부인에게 " 좋지? " 하고 물었다. 역시 흥분한 부인은 대답은 못하고 신음소리만 냈다. 좋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남편은 더 격렬하게 일을 치르면서 " 이래도 안 좋아?" 하고 물었다. 부인은 계속 신음소리만 낼뿐 좋다는 말을 못했다.

그러자 남편은 낡은 집이 흔들릴 정도로 더 세게 몰아 붙였다. 이때 천정의 메주가 아들 얼굴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아들이 화를 내면서 하는 말, " 엄니, 좋음 좋다고 말 좀 혀요! 아들 잡을 일 있어유?" 그 이후론 밤일을 하려면 모든 걸 살펴보고 조심스럽게 해야만 했다.

아들이 곤히 잠든 날이었다. 남편은 부인 곁으로 가서 일할 자세를 취하였다. 그러자 부인이 말했다. " 여보, 내일 장날이잖아유. 새벽 일찍 일어나 장터에 나가려면 피곤할 거 아니에유? 오늘은 그냥 잡시다요. " 이 때 자고 있던 아들이 한 마디 했다. " 괜찮아유, 엄니! 내일 비온대유. " 다음날 정말 비가 왔다. 비가 오니까 더욱 그 생각이 났다. 남편은 오랜만에 낮에 사랑을 나누고 싶었는데 아들 녀석이 방 안에만 있는 것이었다. 눈치 없는 아들에게 남편이 말했다. " 너 만덕이네 가서 안 놀려? " 옆에 있던 부인도 한마디 거들었다. " "그려, 혼자 재미없게 뭐하냐? 걔네 집서 놀지?" 그러자 아들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

지를 눈치 없는 놈으로 보지 말아유. 그 집이라고 그거 생각 안 나겠어유? " 어느 날 이들 부부는 결혼 10 주년을 맞이했다. 10주년이라고 해도 가난한 이들에겐 별의미가 없었다. 한 숨만 나올 뿐이었다. 밤이 되자 아들이 베개를 들고서 한마디 했다. "아부지!, 엄니! 오늘 결혼 10주년이지유? 오늘은 지가 장롱에서 잘테니께 맘껏 볼 일 보세유~! ". 이상의 글이 내 고교 친구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게재되어 있는 '가난한 부부'란 제목의 글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어찌나 웃었는지 배꼽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면서 갑자기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이유 인 즉 정치인들은 마치 우리를 이 집 부부의 아들처럼 자기들 일 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계층으로 여기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소위 배웠다는 사람들이 언제가 되어야 철이 좀 들려는지....

/조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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