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읍성 최고의 스토리텔링은 '양녕대군'

성돌 찾기만으로는 부족
기첩 '於里사건' 등 패행 끝에 청주읍성 유배
세종, 그런 친형에게 '문지키지 말 것' 등 편의
심지어 읍성에서 젖소를 키워 우유 제공 하명
그러자 대신들이 '특혜는 안된다'며 法治 주장

2013.03.24 20:37:05

청주읍성의 성돌 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 요소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세종대왕의 친형 양녕대군(讓寧大君·1394∼1462)과 청주읍성에 얽힌 내용이 최고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보는 성돌찾기 운동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 청주읍성에 대한 스토리텔링 요소를 찾기 위해 조선왕조실록 등 1차 문헌사료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그 결과, 양녕대군의 세자 폐위에서 유배를 떠나는 1년 사이에 청주읍성에 대한 스토리텔링 요소가 가장 많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양녕의 스토리텔링 요소는 크게 △애첩 '어리'(於里)와의 사랑 △세자 폐위 △청주읍성에서의 1년 유배생활 △형을 보살피는 동생 세종대왕의 우애 △법치를 주장하는대신들의 상소 등 5가지로 구분되고 있다.

양녕의 여러 기행 중 가장 상징적인 것은 이른바 기첩 '어리'의 사건으로, 그는 남자가 있던 기첩 어리를 빼앗아 궁궐로 몰래 데려오고 급기야 아기까지 갖게 했다.

이후 성밖에서 아기를 낳게 하고 다시 궁궐로 몰래 들여와 살다 아버지 태종(이방원)에게 발각돼 결국 세자 자리에서 폐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녕은 다른 집에 좋은 개(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이를 몰래 가져오는 등 패행을 거듭한 끝에 신하들의 빗발치는 탄핵 요구에 직면하게 됐다.

결국 동생 세종대왕은 대신들의 탄핵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를 청주읍성으로 유배를 보내는 선에서 처벌수위를 조절했다.


청주읍성을 유배지로 택한 것은 그 자체가 엄청난 특혜로, 그 뒤에는 동생 세종의 보이지 않는 형제애가 있었다.

'임금(세종)이 이르기를, "나도 또한 그 무지한 무리들이 죄를 범한 사람이 많은 것을 민망히 여기고 있지마는, 그러나 먼 고을에 옮겨 두면 (형의) 소식이 드물게 될 것을 염려한 때문이다." 라고 하였다. 이원이 대답하기를, "청주(淸州)는 (서울과) 2일 정도의 길이오니 먼 곳이 못됩니다" 라고 하니…'-<세종5년 2월 26일>

실록을 보면 양녕은 청주읍성내 '초가(草家) 두어 간을 짓고서'(세종 6년 2월 6일자) 생활한 것으로 나타난다.

동생 세종은 이런 양녕대군에게 △청주읍성으로 이삿짐 옮기는데 역마 동원하기 △귀양처 문을 지키지 말 것 △자유로운 노비 출입 및 가족 동행 △사기그릇 전달 △담장 높이를 알맞도록 할 것 등 갖가지 편의를 제공했다.

심지어 청주읍성 젖소의 우유를 양녕대군에게 주도록 하는 등 형의 보신(補身)에도 각별한 신경을 쓴 것으로 기술돼 있다.

'충청도 감사에게 전지(傳旨)하기를, "청주(淸州)에 있는 국고(國庫)의 묵은 쌀과 콩으로 젖 짜는 소를 사서 날마다 우유를 받아 양녕 대군에게 먹이도록 하라" 하였다.'-<세종5년 4월 4일자>

결국 세종은 1년이 딱 되자 형 양녕을 유배에서 해배했고, 이삿짐을 옮기는데 읍성의 역마 14필이 동원토록 했다. 이후 대사헌 하연 등이 "법치대로 해야 한다"며 압박했지만 세종은 끝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처럼 양녕대군과 청주읍성에 얽힌 이야기에는 부자간의 정리, 남녀간의 사랑, 형·동생간의 우애, 법치주의를 외치는 강골신하 그리고 청주읍성의 민가와 역마 등 스토리텔링 요소가 모두 들어있는 만큼 이를 읍성 자산으로 승화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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