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강간당한 아줌씨의 신고 내용

2013.03.27 15:54:13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요즘 따라 왜 이리 연구를 하기 싫어지는지 모르겠다. 연구 논문 작업하고자 컴퓨터 앞에 앉으면 머리가 멍해져온다. 그런데 글 시작을 이리하다보니 마치 내가 그 전에는 연구를 참 많이 한 사람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건 전혀 아니고 그냥 시작을 고상하게 하고 싶어 글 서두를 이렇게 잡았을 뿐 이다.

정말 속된 말로 봄이어서 그런지 날은 날마다 삼삼해져 가지, 이에 비례하여 머리속은 점 점 더 비어가지, 그 전에는 실력은 없어도 시력이라도 좋았는데 이제는 실력도 없고 시력도 없고 늦둥이 아들 두 놈은 쌀 항아리가 금 새 바닥이 날 정도로 먹어 대는데 걱정이 앞서고 향후 도무지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할 지 판단이 안 선다. 혹자는 실력, 시력이 없으면 정력으로라도 먹고 살라고 하는데 이것도 이미 하한가를 쳤고 그러면 남은 것이라곤 권력인데 나 같이 어디 가서 할 말 다 하고 사는 놈에게 무슨 권력이 생기겠나. 그저 지금까지 그래도 교회라도 열심히 다닌 것은 있으니까 하나님께서 나에게 뭔가는 보상해 주시지 않으실 까 하는 것에 위안 얻어 산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점심식사 한 후에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니 강간이란 글이 나와 있어 무슨 내용인 가 읽어보았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충청도 어느 산골 마을 여인이 지서를 찾아와 강간(?)을 당했다고 울먹였다. 경찰이 자초지종을 묻는다.

<경찰 : 원제, 워디서, 워떤 눔에게 워띠키 당해시유·>, <여인 : 긍께 그거이...삼밭에서 김매는 디 뒤에서 덮쳐 버려지 않것시유, 폭삭 엎어놓고 디리 미는디 꼼짝두 못허고 당해버렸시유~>, <경찰 : 얼라~· 고놈 참 날쌔게두 해치웠나 비네..혀도 그라제, 워쪄 소리도 못 질렀시유?> <여인 : 소리를 워찌 지른디유~~~. 순식간에 숨이 컥컥 막히면서~~~ 힘이 워찌나 좋은지유~~~(아우~~~)>, <경찰 : 워미,~~~미쳐불것네유~~~... 그라마 끝난 다음에라도 도망가기 전에 소리 지르지 글쥬우~~~· >, <여인 : 글씨 그것이유~~~ 워찌나 빨리 그러는지 발동기 보덤 빠르드랑게유~~~~~ 정신이 항개도 없었시유~~~ 난중에 보니께 벌써 가고 없었시유~~~>, <경찰 : 워미, 환장 하겟시유~~~허믄 얼굴은 봤시유~~~·>, <여인 : 못 봤시유~~~>, <경찰 : 워찌 얼굴도 못 봤다요· 고것이 시방 말이나 되유~~~·>, <여인 : 아~~~글세, 뒤에서 당했다니깐유~~~~!!!>, <경찰 : 암만 그려도 그렇지유, 돌아보면 될 거 아니것시유·....··>, <여인 : 돌아보면 빠지잖아유~>, <경찰 : 휴우~~~그 눔 벌써 재넘어 갔을거구만유~ 걍 새참 먹은 셈 치고 돌아가셔유~젠장.....쩝 ㅎㅎㅎ >.

이 글을 읽고 한 참을 피식 피식 웃었다. 이건 비록 강간이라고 신고는 했지만 나름 해피한 시간을 보낸 아줌씨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랬다.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정치권이 왜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이유 인 즉 우리 정치는 민초들을 강간하는 정치밖에 없는 것 같아 그렇다. 비록 자기들 욕심 채우느라 우리 민초들을 강간하는 모양을 취하더라도 이 아주머니 강간범처럼 우리 민초들도 속으론 마냥 좋아하게 만들어 주면 안 될까· 속으론 좋으면서(?) 강간당했다고 불평할 정도로 우리들 자존심도 세워주고...인터넷에 웃자고 나와 있는 글이지만 이 글이 내 마음에 다가옴은 우리 정치인들에 대한 미련이 아직 남아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좀 더 멋지고 수준 있는 정치를 기대해 본다.

/조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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