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수안보 온천샘 막은 대홍수 있었다

본보 15세기 수안보 사료서 확인
'여러 달 비로 기능 완전 마비될 정도'
'물 좋아 전국 병자들 몰려든다' 기록도
시, 홍보관 추진…"박물관이 적합" 여론

2013.04.15 18:10:22

15세기 후반 충주 수안보에 온천 기능이 완전 마비될 정도의 대홍수가 발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5일 충주시는 직영하고 있는 수안보 하이스파 건물 3층에 '수안보온천 홍보관'을 마련키로 하고 이날 설명회와 함께 용역참여 업체의 발표회를 가졌다.

이와 관련, 본보는 수안보 역사를 보다 상세히 살펴보기 위해 현존하는 사료를 인터넷 키워드 방식으로 검색했다.

수안보온천 주요 역사일지

그 결과, △고려사의 관련 내용 △세종대왕의 친형 양녕대군 일화 △연려실기술, 오주연문장전사고, 용재총화 등의 내용 △수안보온천을 직접 읊은 시 등 다양한 사료를 접했다. <표 참조>

이중 압권은 사림파 거두 김종직(金宗直·1431~1492)이 지은 '浴安保溫泉'(안보의 온천에서 목욕하다)라는 한시로, 점필재집의 서문에 이 시를 짓게 된 동기가 상세히 적혀 있다.

요약하면 △병신년(1476년 추정)의 여러 달 비로 수안보에 대홍수가 있었고 △이로 인해 '해사'(관공서 건물 지칭)의 우물이 무너졌으며 △이때 온천옆 민가 10여호도 사라졌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종직이 지은 '안보의 온천에서 목욕하다'라는 한시로, 오른쪽 선이 제목이고 가운데는 '담장과 집 무너지고 샘은 곧 막히게 되었다', 마지막은 '열 집 마을이 지금은 다 흩어지고 없다'는 뜻이다. 수안보에 대홍수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종직이 지은 '浴安保溫泉'은 이를 운문으로 적은 것으로, 칠언절구 형식을 하고 있다. 대홍수 후의 수안보 모습이 잘 표현돼 있다.

'담장과 집 무너지고 샘은 곧 막히게 되었는데 / 집수리하는 이는 연풍 아전 수인이로다 / 병객은 몸 위의 때나 벗기길 요하거니와 / 온천 근원은 도랑 귀신의 위협을 받네그려 / 혹은 땅귀신 할매가 불 잘 안 지핀다 의심하고 / 또한 하늘이 백성 사랑할 줄 안다고 말하기도 / 열 집 마을이 지금은 다 흩어지고 없는지라 / 노인이 그걸 말하려다 다시 수건 적시네.'

독자 편의를 위해 번역된 한시를 소개했으나 한시 원문도 잘 보존돼 있다.

이밖에 충주로 낙향을 해 말년을 보냈던 이규경(1788~?)은 그의 저서 '오주연문장전사고'에서 수안보온천을 '湖西之延豊縣 水安保地 有溫水 品佳 病者분(分+土)集 此水亦有冷熱二源云'이라고 기록했다.

해석하면 '호서 연풍현 수안보에 온천이 있는데 수질이 좋아 병자들이 먼지처럼 몰려든다. 이곳 온천수 역시 찬 것과 따스한 것 2개의 원천이 있다고 전해진다' 정도가 된다.

한편 이날 설명회와 관련, △수안보가 갖고 있는 역사성 △향후 수학여행단 유치 △주변 지역과의 연계 △인위적인 홍보의 부작용 등을 감안할 경우 수안보온천 홍보관이 아닌 박물관을 계획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통시대의 수안보는 백두대간과 영남대로의 '배꼽'에 해당하는 곳으로, 조선통신사가 반드시 1박 이상을 하던 곳이었다.

뿐만 아니라 경상도 지역에 파견된 조선시대 암행어사들도 반드시 수안보지역 주막에서 묵은 후 조령을 거쳐 남쪽을 순력했다.

한 관계자는 "사람들은 인위적인 홍보를 잘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향후 수학여행단 유치 등을 감안할 경우 수안보온천의 풍부한 역사사료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영월·문경도 산간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박물관을 유치, 전국 수학여행단이 지속적으로 찾아오게 하고 있다"며 "늦었지만 수안보온천도 여기에 동참, 영월-단양-충주-수안보-문경을 잇는 내륙 수학여행단 동선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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