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들의 이유있는 항변

2013.06.04 14:46:32

대다수 시·도지사들이 중앙정부와 관계에서 을(乙)의 입장에 처해 있다며 성토하고 나섰다. 얼마 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달 31일 확정 발표한 공약 이행 재정계획인 '공약가계부'에 따른 불만이다.

공약가계부, 지방 배려없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해 향후 5년간 철도·도로 사업에는 재정을 쓰지 않기로 했다. 대신 수익성 있는 일부 사업은 민자 사업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를 위해 각 부처가 과감한 세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경기 침체로 복지공약의 우선순위를 따져봐야 한다는 속도조절론이 고개를 내미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쐐기를 박은 것은 의미가 있다.

박 대통령의 의지처럼 재정투자의 중점을 경제인프라에서 사회인프라로, 물적 시설 투자 중심에서 사람에 대한 투자로 과감히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복지공약을 이행하고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부는 대선 때 내놓은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보장 등의 공약 실천에 135조원의 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82조원은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고, 53조원은 세입을 늘려 충당하겠다고 한다.

공약가계부 로드맵대로라면 SOC사업이 대부분인 지방공약(시·도별 7개 총 105개) 이행 소요예산이 20조 원만 반영된다. 결국 제한된 재원으로 인한 시·도 간 정부예산 확보경쟁이 그 어느 해보다 과열될 것이 자명한다.

기류를 볼 때 박 대통령의 충북대선공약인 중부내륙선철도 복선화·고속화와 충북내륙 교통인프라 확충, 동서5축(보령∼울진) 고속도로 건설 추진, 충북 남부권 명품바이오 휴양밸리 조성 사업 등의 실현이 불투명해 질 수도 있는 상황으로 읽힌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먼저 세출 구조조정이란 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각 부처의 세출예산은 이미 국회의 동의로 확정된 것인데다 대부분 경직적이어서 임의로 줄이기 어렵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재원 확보 방안도 두루뭉술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도 문제다.

당장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급격하게 줄이면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될 수도 있다.

중앙정부 재원 의존도가 높은 지방은 더욱 그렇다.

민주당 소속 시·도지사들이 지방공약 이행과 재정지원 등에서 지방을 배려해 달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정책간담회에서 "을의 입장인 지방정부 입장에서 말하겠다. 최근 들어 갑인 정부의 힘이 막강해지며 친 중앙집권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고보조사업을 정할 때 지방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시작한다. 지방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부담한다"며 "국가가 지자체에 임금을 주지 않고 무임금 강제노동을 시키는 셈이다. 권한을 나누는 게 아니라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역단체장들의 항변은 박근혜정부가 지방정부의 현실을 외면한 채 소통부재로 일관하고 있다는 데에 귀결된다.

소통과 구체성이 담보돼야

사실 철도와 도로가 지금은 충분한 듯해도 우리 경제의 덩치가 커지고 국토 균형발전이 되면 부족해질 수 있다. 그래서 국가 기간시설로서 철도와 도로는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사회간접시설의 건설 목적은 수익성이 아니라 국민의 편익이다. 수익성이 목적이라면 산간벽지에 도로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 수익성 있는 사업도 재정으로 추진해 국민이 더 낮은 요금으로 더 큰 편익을 얻도록 하는 것이 옳다.

재정전략의 원론은 맞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그림이 흐릿하다. 지금 실정으로는 세입은 줄고 세출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렇게 되면 공약가계부는 분식회계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좀 더 분명하고 구체적인 재원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자기최면에 빠진 소신은 독선이고 아집이다. 지방과의 소통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가계부,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건가· 믿음을 갖기엔 어쩐지 등 뒤가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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