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농촌은 통곡한다

2013.06.11 15:55:33

큰 걱정이다.

농촌지역 어르신들의 긴 한숨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냉해와 야생진드기에 이어 돌발해충 창궐이 잇따르면서 농민들이 패닉(공황)상태에 빠졌다. 아니 통곡하고 있다.

연초부터 충북도내 전 지역에서 다양한 작물들이 냉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잇단 악재…공황상태

5월말 기준 도내 전 지역에서 과수 1천381.97㏊가 냉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충북도의 자체 조사 결과다.

충북도청 한 농업직 공무원의 말이 농촌지역 냉해현실을 가늠케 한다.

그는 "공직생활 30년이 넘도록 이런 냉해 피해는 처음 있는 일이다. 나도 감나무 30그루를 관리하고 있지만, 6그루만 꽃과 잎이 살아났고, 나머지 24그루는 죽었는지 아무런 소식이 없어 가슴이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뿐만 아니다. 과수농가에 돌발해충이 잇따라 창궐, 농심이 시커멓게 타 들어가고 있다.

몸길이 3~5㎝의 갈색여치는 한반도 중ㆍ북부지역 산림에 서식하는 '토종'이지만 2006~2007년 영동 지역에 떼 지어 나타나 20여㏊의 농경지를 초토화시켰다.

유독 충북 청원과 영동지역에서 갈색여치가 대규모로 번식하는 이유는 이 지역이 부화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갈색여치는 땅 속에 알을 낳는데, 산림에 활엽수가 많아 낙엽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훌륭한 은신처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올해는 평년보다 기온이 높아 개체수가 부쩍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있다.

갈색여치처럼 성충이 되진 않았지만 갈색날개매미충과 복숭아유리나방, 꽃매미도 부화하기 시작했다. 갈색여치의 경우 천적이 없어 온난화가 지속되면 번식속도도 급격히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꽃매미 알은 충북도내 1천여 농가 600ha와 충남지역 포도농가 곳곳에서 가지 당 많게는 2천개 이상 붙어 있는 것이 확인됐다. 농정당국이 긴급 방제작업에 나선 이유다.

꽃매미 알은 자연 생태계 내 부화율이 약 76.9%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은군 일대 30개의 대추과원에서는 복숭아유리나방이 활동을 시작해 대추나무의 고사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돌발해충의 반란으로 우리네 마음의 고향인 농촌지역이 활기를 잃어 가는 모양새다. 농정당국은 '돌발해충 주의보'를 내리고 각 해충에 따른 방제법을 공지했다.

이는 돌발해충이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도록 하기위한 최소한의 조치에 불과하다.

최근 메가트랜드로 거론되는 것은 기후변화다. 장기적으로는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단기적으로는 동상해 같은 이상기상이 빈발한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한달내내 비가 오고 흐린 날이 계속돼 일조부족으로 농작물에 피해를 줬다. 올해에는 사상 유례 없는 폭염이 계속돼 작물에 일소 피해를 주고 있다.

최소한 조치는 안된다

세계 평균 기온의 추이를 보면 지난 100년(1906~2005)간 전세계 기온이 0.74도 상승했다. 1980년 이후 기온상승 정도는 지난 100년 동안의 2배 이상이라는 것이 세계 기상 데이터 분석 결과이다. 이제는 이상기온과 돌발해충 등에 따른 최소한의 조치는 안된다.

농정당국이 국내 유수한 대학의 재배생리학자, 병리해충학자 등과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과수 품종개량과 신방제법을 마련해야 할 때다.

WTO(세계무역기구)는 농업을 기초생명산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식량과 섬유 물질 제공은 물론 환경생태계와 문화전통, 경관의 보전 등 다양한 비교역적(非交易的) 관심사항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이 없는 국가, 농촌이 없는 도시, 농민이 없는 민족은 영생할 수 없다. 신음하는 농촌을 보듬어 나가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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