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기업 부채가 터지려 한다

2013.07.02 15:56:48

IMF구제금융 때보다 더 살기 어렵다는 영세 상인들의 한숨은 땅이 꺼질 듯 깊어지고 있다. 근로조건도 대기업에 훨씬 못 미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투쟁은커녕 감봉을 하더라도 일자리나마 부지해 주기만을 소원하고 있다.

충청권 부채규모 4조3천억

얼마 전에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 2만 여명이 상경해 총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건설노동자들의 삶을 파탄 내는 임금체불이 개선되고 건설비리가 척결되는 날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며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서민과 경제계가 체감하고 있는 경제상황의 단면이다. 지자체가 출자 출연해 운영되고 있는 지방공기업은 딴 세상 얘기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산하 388개 지방공기업의 총부채 규모가 7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5년 사이 25조원이나 증가했다.

2006년에 비하면 2배 이상 불어났다.

이는 안전행정부가 공개한 전국 388개 지방공기업에 대한 2012년도 결산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 자료를 살펴보면 충청권 57개 지방공기업의 경우 지난해 총 부채규모는 4조3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충청권 4개 광역자치단체 중 충북을 제외한 대전·충남·세종지역은 모두 경영손실을 기록했다.

충남지역 27개 공기업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2조원으로 부채비율은 62%,경영손실은 712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 7개 공기업도 부채 1조원으로 부채비율은 27%,경영손실은 410억원을 기록했다. 세종시의 3개 공기업의 부채는 상대적으로 적은 1천억원을 나타냈지만 부채비율은 177%에 달했다. 충북지역 20개 공기업은 충청권에서 유일하게 41억 원의 흑자를 올렸다. 하지만 부채는 1조2천억원, 부채비율은 58%를 나타냈다.

한마디로 지방공기업들이 빚 얻어서 살림살이를 늘린 꼴이다. 그런데도 지방공기업 임직원들은 여전히 적지 않은 연봉을 받는다. 영세상인과 중소기업 직원들을 화나게 하는 이유다.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공기업 설립 경쟁이 부실경영을 불렀다. 의욕만 앞세워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빚더미에 올라앉은 지방공기업이 한 둘이 아니다. 재정자립도가 극도로 낮은 지자체 살림이 거덜 날 판이다. 지방공기업 부실이 지자체 파산이라는 재앙을 부를 것이라 전망이다.

급기야 당·정이 나섰다. 새누리당과 안전행정부가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률'을 연내 제정, 지방공기업의 경영부실을 중앙 차원에서 관리 감독하기로 한 것이다.

이 법안이 발효되면 지방공기업의 설립절차, 인사·예산운영, 존폐 여부 등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게 된다. 일정 규모 이상인 지방공기업은 안행부의 타당성 검토를 거쳐야 설립이 가능하고 설립 이후에도 매년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영진단을 받도록 했다. 실적에 따라 자치단체장은 중앙공기업처럼 사장 해임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사장 해임 등 강력 조치 있어야

중앙의 간섭을 반길 일은 아니다. 지방공기업 설립까지 일일이 통제하는 건 또 다른 '갑의 횡포'로 비칠 수 있다. 지방자치의 참뜻이 왜곡될 소지도 있다. 하지만 지방공기업의 부실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바로 잡겠다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개혁은 엄정하되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부실경영을 핑계로 중앙정부 출신 관료들이 줄줄이 지방공기업의 수장으로 오는 낙하산 인사 등도 있어선 안 된다. 통제 또한 실효성이 전제다. 지방공기업의 부채 증가는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감독 부실에 있는 만큼 반성과 개혁이 먼저다.

"산하 지방공기업 부채를 어쩌시렵니까?" 시민들의 이 물음에 지자체 단체장들은 답해야 한다. 화려한 화법(話法)이 아닌 강력한 혁신의지, 신뢰성 있는 행정력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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