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미분양 봇물, 건설업계는 속탄다

전국 미분양 물량 10만 · 충북은 4천500여 가구 넘어

2007.11.23 00:14:33

과잉공급, 분양가 고공행진, 정부의 고강도 집값 안정화 정책 등이 맞물리며 아파트 미분양이 늘어나 건설업계가 속을 태우고 있다.
서민들은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기존 아파트 거래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본보는 이에 따라 미분양 현황과 해소방안, 거래실태 등에 대해 조명해 본다.
/ 편집자 주


△쌓이는 미분양

“청주지역에서 아파트로 재미보는 시절은 끝났어요”

서울에 본사를 둔 한 주택건설업체 노모(43) 부장은 “1군업체들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지방 신규 아파트 분양에 있어 관망세”라며 “특히 청주지역은 기반시설이 조성된 택지개발지구 외에는 분양에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1군 업체들이 지방에서 신규 아파트 분양을 꺼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말 현재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10만가구로 외환위기 직후와 비슷하다.

건설교통부가 공식 집계한 물량이 이 정도이니 실제 미분양 아파트는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충북지역도 미분양 아파트가 4천500여가구가 넘는 등 그야말로 미분양 대란이다.

22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현재 도내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청주지역이 1천646가구, 충주, 663가구, 제천 1천149가구, 청원 300가구, 음성 330가구, 진천 300가구 등 4천550가구다.

특히 청주지역의 경우 지난해 연말 310가구에 불과 했으나, 지난 4월에 1천573가구로 늘어나는 등 불과 4개월만에 5배 이상 증가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미분양 해소 방안

전문가들은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려면 강화된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완화해 수요자들의 자금줄을 풀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직후에는 경기가 좋지 않아 미분양이 쌓였지만 최근의 미분양 문제는 수요를 억눌러서 생긴 일”이라며“지방 사정에 맞지 않는 대출 규제만 풀어도 상당수의 미분양아파트가 팔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모델하우스를 다녀보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안 팔릴까봐 무서워서 분양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세금 폭탄에다은행 문턱까지 높여놓고 투기과열지구 해제만으로 미분양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건 정부의 욕심”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불꺼진 아파트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1가구1주택만을 고집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며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지방 주택을 구입할 때는 관련 세금을 깎아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금난 본격화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완공된 아파트도 입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건설업계에 자금난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IMF외환위기 이후 나타났던 ‘주택업체 대량부도→주택공급 중단→주택 부족→집값 급등’의 악순환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금융권은 일부 중소 주택업체에 대해 자금대출을 중단했다.

청주지역 한 주택업체 A임원은 “은행권이 대출연장은 고사하고 만기가 되지도 않은 대출금까지 회수하겠다고독촉을 하고 있다”며 “대출연장이 안 되면 살아남을 회사가 몇 개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하청업체들은 더 죽을 맛이다.

건설사 하청업체 김모 사장은 “공사대금으로 받은 10억원짜리 어음을 현금화 못해 자재 살 돈마저 없다”며 “중견 주택업체 1개가 부도를 내면 관련 하청.자재업체 100여 개가 연쇄부도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거래도 뚝

청주지역 아파트 시장은 미분양 물량은 쌓여가고, 거래는 꽁꽁 얼어붙었다.

대선 후 부동산 경기가 풀릴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이 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지만 현실화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과잉공급, 분양가 고공행진, 정부의 고강도 집값 안정화 정책, ‘반값 아파트’기대감 확산 등이 종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심각하게 위축된 아파트 거래 시장은 회복될 만한 뚜렷한 호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청주 산남3지구 대원칸타빌 아파트로 이사한 회사원 이모(40)씨는 전에 살던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1년을 넘게 고생했다.

지난 2002년부터 흥덕구 분평동 주공 아파트 105㎡(32평)에 살던 이씨는 지난해 6월부터 이 집을 내놨지만 팔리지 않았다.

지난해 중개인으로부터 한 차례 1억6천만원 정도의 가격에 매매 제의가 있었지만 막연히 아파트값이 더 뛸 것으로 예상했던 이씨가 스스로 거절했다.

그러나 이씨의 예상은 빗나갔고 1년 넘게 애를 태우다 1년 전보다 2천만원 정도 손해 본 1억4천만원에 겨우 아파트를 매각, 이사를 했다.

그나마 이씨는 운이 좋은 편이다. 최근 이 아파트값은 최저 1억2천만원까지 빠졌다. 2∼3년전 최고 1억7천만원을 호가하던 이 아파트 값은 3천만∼4천만원 정도 떨어진 것이다.

청주지역에서 주거지역으로 호평을 받아오던 분평동지역 아파트 거래 시장은 최근, 아파트값 하락 속에 거래가 심각하게 위축된 상태다.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9천만∼9천500만원에 거래되던 분평 주공아파트 76㎡(23평)은 8천만원(기준층 기준), 1억9천만∼2억원에 거래가 이뤄지던 분평 주은프레지던트 아파트 112㎡(34평)는 1억7천만∼1억8천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3억∼3억2천만원대 거래되던 분평동 현대.대우아파트 158㎡(48평)도 2억8천∼2억9천만원으로 하락했다.

분평동 지역 아파트 대부분, 지난해보다 1천만∼4천만원 빠졌지만 거래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가경.개신동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년 전 2억원을 호가하던 개신동 대우푸르지오 102㎡(31평) 아파트의 경우 최근 1억6천만원대 매물이 나오고 있다.

같은 아파트 125㎡(38평)도 지난해 초 3억원대 초반을 웃돌았지만 최근 2억9천만원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중개업계는 이처럼 청주지역 아파트값이 급락하고 꽁꽁 얼어붙은 가장 큰 이유를 아파트 과잉공급과 정부의 고강도 집값 규제책 때문인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후 청주.청원지역에 3만여세대 이상의 아파트가 공급 된 가운데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 정부의 고강도 집값 안정화 정책이 집값 하락 및시장 위축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흥덕구 분평동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분평동 지역의 경우 아파트 시세가 3천만∼4천만원 정도 빠졌음은 물론 거래가 뚝 끊겼다”면서 “최근엔 문의 전화조차 없다”고 말했다.



/ 김동석기자 dolldoll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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