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같은 남편과 아내의 삶

2013.08.01 17:44:54

박종복

독자위원

18번째를 맞이한 여성주간이 지나갔다. 여성주간은 매년 7월 첫째 주간을 지정해 여성발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남녀평등에 대한 범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좀 더 살펴보자면, 1995년 12월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에 근거를 두고 1996년부터 여성발전기본법시행령을 기념해 전국적으로 지자체와 여성관련 단체에서 매년 행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현직에 있을 때, 이맘때면 정례적으로 행사가 이루어졌고 필자 또한 행사에 참석하여 지역여성들과 여성주간의 의미를 공유하곤 했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된 지도 어느덧 20여년….

사람으로 치면 성년을 바라보는 시기가 되어 가는데, 우리 사회는 그만큼 성평등해졌는가? 남녀의 역할과 삶은 20년의 법과 제도의 규정하에 얼마나 양성평등 목표 실현에 가까워지고 있는가?

그러나 남녀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하고 맞벌이를 당연하고 바람직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금도 좀처럼 변화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여성이 가정적인 존재만이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심지어 여성대통령까지 탄생한 시기가 되었지만, 여성의 경제활동여부와 관계없이 가사나 양육, 돌봄은 여전히 여성의 몫이고 이중 삼중고에 힘들어 하고 시들어가는 젊은 여성들을 보면 선배 여성으로 마음이 아련하다.

일과 가정 양립을 고민하는 젊은 부부들을 위해, 인생의 선배로서 필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지만 당시 우리 부부는 모두 공직자로서 서로 바쁘게 일하고 있는 터여서 만만치 않은 가사일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었다. 고된 업무량에 안 하던 가사일까지 챙기려하니 낯설기도 하고 여간 쉽지 않았다. 그때 그런 나를 이해해주고 힘이 되어준 것은 다름 아닌 남편이었다. 남편은 공직시절 여성정책 업무를 오랫동안 수행했던 때문인지 연령에 비해 남녀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운 편이고 사고도 유연한 편이다.

남편이 비교적 시간적인 여유를 갖게 될 무렵, 필자는 한참 야근과 출장이 잦아지게 되면서, 우리 부부는 남녀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벗어 버리기로 했고, 그때부터 가사일은 남편이 도맡아 하고 있다. 때론 남편과 함께 외출할 때도 채근 거리는 일없이 여성과 남성이 서로 다른 성 특성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하면서 그누구 보다도 평등한 성적 관점을 인식하며 지금까지 잘 살아가고 있다.

50~60대 남편들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마음 한구석에는 많은 질타를 하면서 남자 망신 다 시키고 있다고 원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내 아내, 내 남편이 내 가정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부부가 서로 협력하며 스트레스를 적게 주고받는다면 그것이 가정의 행복이고 양성평등의 실천이 아닐까?

얼마 전, 휴대용 라디오를 손에 들고 집 근처 구룡산을 오르고 있을 때, 음악편지로 한 사연이 흘러나왔다. 맞벌이 하는 아내의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가사를 도맡아 하다 주부습진까지 생겼다는 30대 남편의 사연이었는데, 이 또한 아내를 위해 기꺼이 받아드리고 있다는 착한 남편의 이야기였다. 이렇게 개인 스스로가 일상속에서 남녀를 서로 이해하고 손수 실천한다면, 제정된 법에 의해 타의적이고 공허하게 양성평등을 주장하거나 외치는 것보다 더 행복하고 빠르게 성평등 사회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항상 힘이 되어 주는 친구 같은 남편에게 한가지 소망을 전하면서 이 글을 맺으려 한다. 우리 부부, 지금껏 서로를 이해하며 잘 살아왔듯이 이제부터는 떠오르는 태양 보다는 석양의 황홀한 노을처럼 노년을 멋지고 아름답게 살아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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