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구미호들 뭐하는 거야?

2013.08.07 19:12:19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정말 열나게 덥다. 날도 더운데 매일 NLL, 국정원, 전두환 등 정치현장 돌아가는 것도 그렇고, 경제 사정도 그렇고 심지어 집에서 마누라 바가지 긁어대는 것조차 도를 넘어 미쳐 버릴 지경이다.

특히 위정자들이 민초들을 개 취급해서 그런지 하늘도 우리를 개 취급하는지 멀쩡히 환한 하늘에 갑자기 비가 우박처럼 쏟아져서 모처럼 아이들과 계곡에 평상 하나 비싼 돈 주고 빌려 앉아 있는데 한 시간도 못 되서 비 쫄딱 맞고 황급히 차 몰고 집에 돌아 온 적이 벌써 두 번이나 된다.

딱 두 번 계곡에 갔는데 두 번 모두 그 꼴을 당하고 보니 한 편으론 내가 못 되게 살아서 이런 일이 벌어지나 싶은 게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하지만 어디 그것을 내 탓으로 여길 정도의 인격이 안 되다 보니 모두 마누라 탓으로 돌리는 교묘함을 가지기도 한다.

하기사 '잘 되면 내 탓, 잘못되면 부하 직원 탓하는 것'을 무지하게 보아서 그런지 이젠 이 면에선 나도 대한민국에서 선수권자에 속하는 실력을 갖춘 것 같다.

한 편으론 내 나이 벌써 50대 중반을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리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속으론 한심하기도 한데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니 '10대 ~ 100대 나이별 생각'이란 글이 있어 그 글 좀 소개해 보고자 한다.

우선 10대 생각은 '십x! 지겨운 공부는 언제 끝나는 거야'이고, 20대 생각은 '이제 취직도 하고 장가도 가야 되네'란다. 30대 생각은 '삼삼한 직장, 삼삼한 여자 어떻게 잡지?'이고, 40대 생각은 '사생결단하고 열심히 살아도 별 수 없네'란다.

더 나아가 50대 생각은 '오늘 지내기도 힘든데 곧 정년이니' 60대에는 쩐 담!'이고, 60대 생각은 '육체는 멀쩡한 것 같은데 늙었다니 인제 뭐하고 먹고 뭐하고 지내나?'란다.

또 70대 생각은 '칠칠맞게 살아온 인생 마무리는 잘 해야지!'이고, 80대 생각은 '팔팔하게만 살면 오래 안살아도 좋으니 가는 날까지 팔팔해야지!'란다.

그리고 90대 생각은 '구질구질하게 연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내 맘대로 되는 목숨도 아니니...'이고, 100대 생각은 '백가지 생각이 모두 소용없네요'란다.

이걸 작금의 위정자들에게 적용하면 어떨까. 우선 정치신인은 '십X, 선거 언제 하는 거야'일 것 같고 조금 지나면 '이제 의원도 해야 하고 장관도 해야 겠네' 일 것 같다.

그 다음은 '삼삼한 정당, 삼삼한 지역구를 어떻게 잡지?'를 걸쳐 '돈 엄청 써도 별수 없이 낙선 하네'일 것 같다. 그리고 이 과정을 걸친 후 '금 번 공천은 간신히 받았는데 다음엔 어쩐 담!'이고, 그 후엔 '내 능력은 멀쩡한 것 같은데 별 것 없는 사람이라니 인제 어떻게 하나?' 일 것 같다.

또 그 다음은 '칠칠맞더라도 정치 인생 마무리는 잘해야지!'일 것 같고 이 후는 '당선만 되면 몇 선 안 해도 좋으니 무조건 의원 되야지'일 것 같고 그 다음은 '구질구질하게 오래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지역민들의 염원이니 더 해야지'일 것 같고, 최종적으론 '무식한 민초들이 사람 못 알아보는 것 같다'로 끝날 것 같다.

아무튼 웃자고 이런 글을 써 놓았지만 이래저래 위정자들이나 남들보다 좀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보편적인 공통점이 '정말 나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 잘 되면 자기 탓, 잘못되면 부하직원이나 민초들의 무식한 탓으로 돌리는 우리네 조직 및 정치 문화 속에 이 더운 여름 날 구미호가 이런 사람들 좀 손 좀 보아주었으면 한다. 에이, 요즘 구미호들 다 어딘 간 거야?

/조동욱 충북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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