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 위원장과 염홍철 시장

2013.09.03 15:36:10

욕심은 인간에게만 있다고 한다. 백수의 왕인 사자도 배가 부르면 사냥을 하지 않는다.

인간은 다르다. 욕심이 끝이 없다. 멈추고 그쳐야 할지를 망각하고 살기 일쑤다.

늘 '이번만', '한 번만'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한다. 도를 넘었는데도 그동안 괜찮았으니 앞으로도 괜찮겠지 하면서 추한 뒷모습을 보인 정치인들을 많이 봐왔다.

불출마 선언은 용단(勇斷)

얼마 전 염홍철(69) 대전시장의 불출마 용단이 유난히 돋보이는 이유다.

염 시장은 지난달 27일 내년 6월 지방선거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불출마 선언은 염 시장이 처음이다.

염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예측 가능한 정치적 관행을 만들고 안정적인 시정운영을 위해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출마하지 않은 사람이 선거구도의 상수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선거판에서 빠지게 됨에 따라 대전시정이 정쟁의 대상에서 자유롭게 되고, 공무원들도 소신껏 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염 시장의 불출마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본질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옛 속담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다.

이미 내년 지방 선거에서 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염 시장은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사실상 지방자치가 아니다"는 논조를 폈다.

새누리당 당사에서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다. 간담회는 당 지도부와 새누리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모여 지역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재정을 활용한다. 하다못해 건축허가 하나도 자치단체장에게 위임돼 있다고는 하지만 중앙에서 제정된 법과 시행령을 그대로 따라야 하기 때문에 자율성이 전혀 없음을 토로했다.

염홍철 시장은 지난 92년 관선 때 대전광역시장을 지냈다. 민선 8대에 이어 10대 대전시장을 지내고 있으니 지방행정, 지방자치에 관해서는 전문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한 그가 느끼기에는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의 수준은 아주 미약하다는 주장이다.

불출마로 대전시정은 정쟁의 대상에서 자유롭게 될 것이란 염 시장이 쓴소리를 낸 것이다.

'아름다운 퇴장'이다. 남은 임기를 잘 마무리해 난 자리가 커 보이는 지역 원로로서의 행보가 기대된다.

7년 만에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아 공직에 복귀한 이원종 전 충북지사도 그랬다. 이 위원장은 당시 '재능을 모두 발휘할 게 아니라 남기고 떠나야 한다'는 조선후기 명필 추사 김정희의 가르침을 '3선 불출마의 변(辯)'으로 남겼다.

이 위원장은 2006년 1월 3일 3선 불출마(도지사선거)를 선언한 후 같은 해 6월 29일 이임식과 함께 공직을 떠났다.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한 탓에 도민들에게 남긴 여운이 적지 않아 재기용 여부가 지역 정·관가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박근혜 정부 출범까지 '총리 1순위'로 거명돼 언론에 단골이 되다시피 했다.

버림으로써 얻는다

그는 약속대로 정치와는 먼 행보만을 고집했다.

퇴임 후 줄곧 성균관대 석좌교수로 지내며 후배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며 행정경험을 녹여냈다. 입신영달과 기득권에만 집착하는 이 시대의 낡은 리더들과 사뭇 다른 삶을 살아왔던 그는 대통령 소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에 위촉돼 활동 중에 있다.

내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출마예상자들의 행보가 분주하다.

그침을 아는 지지(知止)도 중요하지만 그침(止止)을 실천하는 용기는 더 중요하다. 정치인이라면 있을 자리인지, 떠나야 할 자리에 눌러 앉아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한 분별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버림으로써 얻는다'는 이치를 꿰뚫고 이를 실천한 두 정치인이 사랑받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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