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 둔 커피'와 희망카페 1호점

2013.11.13 14:46:29

길지선

한전 충북지역본부

얼마 전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말로 '맡겨 둔 커피'라고 하는 이 기부 문화는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실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커피 값을 미리 내 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누군가 카페에 들어와 맡겨 둔 커피가 있는지 물어본 뒤 그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신개념 나눔 운동이 등장했다. 경남 산청의 커피숍에서 시작된 '미리내 가게'가 바로 그것이다. 미리내는 글자 그대로 '미리 내다'는 의미를 간단히 줄여 사용한 단어이다. 이 미리내 가게는 먼저 와서 식사를 한 손님이 자신의 음식 값을 지불하면서 불우한 이웃들을 위한 밥값까지 미리 기부하는 한국판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이다. 현재 전국 100여개의 점포가 미리내 간판을 내걸고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오늘은 최근의 기부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 새로운 나눔 운동은 방법이 간단하고 깔끔하다. 커피숍에 들러 두 잔 또는 그 이상의 값을 치른 후 한 잔은 마시고 나머지는 맡겨 두면 된다. 한잔은 나를 위해 나머지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그 자리에서 바로 사용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기부한 돈이 혹시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미리내 가게를 이용하면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좋다. 우선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이 되고, 지역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경제적으로 보탬이 된다. 또한 기부를 하는 사람과 기부를 받는 사람이 직접 만나게 되는 어색한 순간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전력도 새로운 방식의 나눔에 그 첫발을 내딛었다.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위한 '희망카페 1호점'이 지난 10월 23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문을 열었다. 한전의 사회적 기업 지원 사업의 일환인 희망카페는 전문기술도 기술을 배울 돈도 없는 취약계층 청소년들이 당당하고 건강하게 일하고, 다문화이주여성이 일자리를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했다.

더불어 한전에서는 사회적 기업의 경영개선과 취약계층의 창업을 지원하는 지원사업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 해 1억 8천만 원 지원에 이어 올 11월에도 경영개선자금과 창업자금에 1억 2천만 원을 지원한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사회적 기업의 물품을 우선적으로 구입해 사용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전국 2천여 명의 직원들을 선발해 다양한 재능기부 사회공헌활동도 펼칠 예정이다.

충북지역에도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기업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나눔을 실천하는 이러한 사회적 기업이 더 많아질수록 사회적 약자가 희망을 갖고 꾸준히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부문화는 국민의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다. 지속적인 나눔 문화를 실천하고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사용해 이들이 경제적으로 또 정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노력을 함께 해 보자.

충주시 교현동에 미리내 가게 1호점이 최근에 탄생했다고 한다. 이웃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오늘도 우리는 커피 한잔을 마신다. 지금 그 카페를 찾아가 이웃을 위해 커피 한잔을 맡겨 두자. 미리내 가게의 온정 어린 나눔 실천과 한전의 사회적 일자리 지원 노력이 결합한 희망카페 2호점, 제 3호점이 전국 곳곳에 퍼져나가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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