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못하는 것들

2014.01.09 15:36:58

이정길

충북보건과학대학교 문학박사

새해가 밝았다. 묵은 달력을 버리고 새 달력을 걸면서 나름대로 새해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설계해 본다. 개인적으로나 가정, 사회, 국가에서 빼곡한 일정들로 갑오년 청마의 해에 채워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먼저 뒤를 돌아보고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바구니를 채우기 위해서 먼저 채운 바구니를 비워야 하기 때문이다. 멀리 가기 위해서는 말 위의 짐들을 최소화하여야 가벼운 발걸음으로 천리를 달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비움의 미학

얼마 전 넓은 평수에서 좁은 평수로 이사를 하다 보니까 버리기 아깝다고 생각되는 물건까지도 모두 버렸다. 방이 좁고 수납공간도 적어진 터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버릴 당시에는 아깝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오래된 테이블, 책이나 가방, 옷가지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주기도 하고 버리기도 하고 나니까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짐을 벗어버린 느낌이 여간 개운한 것이 아니었다. 비운다는 것은 앞으로 다시 새로운 것으로 채울 희망이 있다는 것이고 채울 것을 상상하면 왠지 가슴 설레임으로 물결치게 한다. 우리는 왜 집안의 수납장 안에다 밖에서 들여온 물건들을 쌓아 놓으면서 그 물건들을 평생 지고 가야 한다고만 생각할까. 잘 쓰거나 입거나 하지 않는 물건들을 버리면 얼마나 많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을까. 풍수지리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말로는 이런 오래된 물건들이 집안의 기운을 막히게 하고 좋은 흐름을 막아준다고 한다.

버리는 용기가 필요

이렇게 버려야 할 것들은 물건들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실행해 온 관행들 가운데 버려야 할 것도 많이 있다. 가정에서 남편이 가장으로서 너무 권위만을 내세워오지 않았는지 또한 부인으로서 행복의 조건을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따지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자녀들의 경우,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자면서 야간에 학원으로만 전전하는 입시 위주의 삶을 살고 있지나 않은지 반성하는 한편 청소년들의 건강한 삶이란 어떤 것인지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사회에서 많은 봉사활동이 이어지고 있는데 자발적 자원봉사가 아닌 실적 위주의 타원봉사가 되지는 않았는지 살펴보고 국가에서 내놓은 정책들이 구태의연(舊態依然)한 것이 아니었나를 되짚어 볼 필요성도 있을 것이다.

위에 열거한 것 외에도 수없이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쓰레기들을 짊어지고 가면서

늘 그 더미에 들어가서 번민하고 살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버리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실천이 없는 결심은 아무 소용이 없다. 바꾸거나 변화하기 위하여서는 있는 것을 버리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서는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생각을 바꾸면 새로운 것이 눈에 들어오고 그것을 실천하면 되는데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일들이 너무도 많은 것 같다.

버리는 것을 행동으로

새해가 되니 정부기관 관련 지자체나 기업체 등에서 신년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작년과 비슷하게 창조적 혁신과 변화를 도모하자는 상투적인 말로 일관됐다. 혁신과 변화는 말로 하기는 쉽지만, 행동으로 실천하기에는 그리 쉽지 않은 일들이다. 자고 있는 자는 늘 꿈을 꾸기만 할 뿐, 꿈을 실현하는 것은 깨어있는 자가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그 첫걸음으로 우선 내 서랍 안, 집안, 사무실 등등 곳곳에 있는 쓸데없이 묵은 것들을 버리는 것부터 실천해 보자. 그러면 새로운 것으로 채워야겠다는 희망을 갖게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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