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사직사거리에서

2014.04.09 20:09:18

반기훈

충북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경위

"따르릉 따르릉" 알람 소리에 깨어 60여 ㎞ 거리를 달려 온 곳은 사직사거리 였다. 아직은 으스스한 아침 공기가 온몸을 움추러 들게 만든다. "빵빵" "쌩쌩" 소리 요란한 이곳에서 바라본 신호등은 눈 크게 뜨고 인간을 통제하는 파란불과 빨간불을 내뿜는 괴물이었다.

지난 3월 27일 사이카 기동 순찰대가 발대하며 그곳의 일원인 나도 거기에서 열심히 사이카 타는 방법을 배웠다. 아기자기한 택트형 125cc 경찰 오토바이로 때로는 넘어지고,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어 나길 여러번. "덜컹" 거리는 아스팔트를 달리고 달려 청주에서 시내 퍼레이드를 멋지게 하고서 이곳 사직사거리에서 러시아워 근무를 하고 있었다.

차량은 많았지만 교통 체증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였다. 대체적으로 원할한 흐름을 보이는 금요일 출근 시간이다.

버스가 지나가고 택시도 지나가고 오토바이도 지나간다. 신기하게도 다들 굳은 얼굴들이다.

반대편 횡단보도에는 이번 6.4 지방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자가 자신을 홍보하는 피켓을 들고 연신 허리 굽혀 인사를 했다. 형광색 옷을 입은 청소부 아저씨들은 교차로를 다니며 담배꽁초 등 휴지를 줍고, 요그르트 아주머니의 노랑색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가 하면 교차로 주변 상가에서는 하루 일과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횡단보도를 오가는 사람은 어른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여학생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차량 안과는 다르게 무엇이 즐거운지 싱글 벙글 까르르 웃는 얼굴이다. 청주 여중 여학생들이다. 여럿이 걷는 친구도 있고, 둘 셋이 걷는 친구도 혼자 걷는 친구도 모두 밝은 얼굴들이다.

밝은 얼굴들이니 어여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여쁜 얼굴들을 보자 나도 기분이 덩달아 좋아 졌다.

사실 새벽부터 60여 ㎞ 거리를 달려와 쌀쌀한 날씨와 하기 싫은 교통근무를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니 즐거울리 없었고, 신호등조차도 괴물처럼 보였던 것 같다. 여학생들의 밝은 얼굴을 보자 짜증이 봄눈 녹듯 사라지고 나에게도 미소가 찾아 왔다.

이제서야 사직 사거리를 빙 둘러 보니 지나가는 차량도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차차!, 하고자 하는 마음 없이 멍청하게 서 있다 보니 학생들이 깨우쳐 주는구나 싫고 좋고는 마음 속에 있는 것이라고..."

사직 사거리에 서 있게 된 것이 고맙고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밝게 웃는 여학생들의 저 웃는 모습을 시민들에게 전할 수 있게 해주어 고맙고, 교통질서를 잘지키는 충북 시민들을 볼 수 있게 해주어 더욱 감사합니다."

"꽃향기 가득 담아 찾아올 새봄에 우리 경찰도 밝게 웃으며 찾아 가겠습니다." "친절하게 공정하게 밝고 웃는 얼굴로 사직 사거리에서 러시아워 근무를 하면서 이날 느껴던 즐거움을 충북도민에게 밝게 웃는 얼굴로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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