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이미지는 이미 훼손됐다

2014.04.09 15:28:20

지방선거 기초공천제가 분수령에 섰다.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6·4지방선거가 여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하고, 야당은 공천을 하지 않는 상반된 룰로 치러질지, 아니면 종전의 방식대로 진행될지 여부가 곧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선거 무(無)공천' 당론에 대해 당원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실시하고 있다. 그런 다음 이를 1:1 비율로 반영해 무공천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만일 새정연이 기존 당론을 번복해 기초공천을 하기로 입장을 바꾼다면 '2개의 규칙으로 치러지는 단일선거'라는 초유의 사태는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안철수 공동대표가 이끌던 정파(옛 새정치연합)와 옛 민주당 간 사실상의 합당 명분은 사라지게 된다. 유권자들의 실망과 비판을 피하기도 어렵다. 동시에 '새 정치'를 내세운 안 대표에게 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다.

다행이 무공천이 유지되면 안·김 공동대표가 이끄는 지도부는 일단 지도력 누수를 어느 정도 막아낼 수 있다. 창당의 명분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기초 무공천'의 결과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이래저래 정치적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새정치 이미지 역시 훼손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우리는 안 대표가 기초선거 무공천을 통합신당 창당의 최대 명분으로 내세운 것부터 잘못이었다고 판단한다. 정당 정치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창당 선언 당시에 이미 새누리당은 공천 방침을 확정했다. 때문에 관철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을 함께 했어야 했다. 그리고 무공천이 새정치에 최고의 가치라면 당내 공천론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했다.

우리는 선거 후보자의 공천 여부를 결정하는데 국민을 끌어들인 것부터 비판하고 싶다. 이치에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정당의 최고위원회의나 의원총회에서 결정하기 어렵다면 당원에게 의견을 물을 수는 있다. 하지만 국민에게 묻는 것은 책임 회피다. 이번 건은 특히 그렇다. 새정치의 포기를 국민의 탓으로 돌리려는 얄팍한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기득권 구조를 깨기 위해 독자 정당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지방선거에서 완주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낡은 세력'이라 규정한 옛 민주당과 손을 잡았다. 국민과의 약속을 번번이 지키지 않았다. 통합을 결정할 때도, 무공천을 명분으로 삼을 때도 국민의 뜻을 물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고 한다. 참 소가 웃을 일이다. 새누리당은 역시 이러쿵저러쿵할 자격이 전혀 없다. 모든 원인제공자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그동안 기초선거 무공천 문제를 놓고 너무나 오랫동안 소모적 논쟁을 벌여 왔다.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각 정당이 정책과 인물로 정정당당히 유권자의 심판을 받기 위해 진력하길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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